<프로메테우스>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마이클 파스빈더, 샤를리즈 테론, 노미 라파스 개봉예정 6월7일
UP 거장이 자신의 궁극적인 장르로 돌아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DOWN 리들리 스콧은 PG13과 R등급으로 모두 편집한 뒤 개봉 버전을 결정할 거란다. PG13 등급은 절대 안된다!
엄청나게 거대하고 믿을 수 없게 광활한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은 그것뿐이다.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이후 30여년 만에 SF 장르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신작은 제목부터 거대하기 짝이 없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전해준 타이탄족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문명의 호사만을 안겨준 건 아니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을 건네받은 인간에게 형벌을 내리기 위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혔고, 결국 인간은 문명의 환희와 고통을 동시에 짊어지고 살게 됐다. 대체 어떤 이야기기에 이토록 무거운 제목을 짊어지고 있냐고? 그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맙소사, <에이리언>의 프리퀄이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에 에일리언은 등장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은 “디즈니랜드에도 있는 그런 존재를 다시 불러들일 생각은 없다”고 단언한다. 현명한 선택이다. 대신 영화는 1편의 초반에 죽은 화석으로 등장했던 거대 외계 생명체 ‘스페이스 자키’의 기원을 찾아간다. <에이리언> 1편으로부터 30여년 전미래, 인간이 외계인에 의해 유전적으로 조작되어 진화했다는 증거들이 발견된다. (<에이리언> 1편에서 리플리가 일하던 회사) 웨일랜드 산업은 우주선 ‘프로메테우스’를 창조주 외계인이 사는 행성으로 보낸다. 하지만 회사의 사주를 받은 승무원이 신의 힘을 훔쳐내려다 결국 창조주의 분노를 자아낸다. 물론 <프로메테우스>의 정확한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음모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외계인이 인류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신들의 전차>(1968)의 작가 에리히 폰 다니켄을 금방 떠올렸을 것이다. 리들리 스콧 역시 폰 다니켄의 공로를 인정한다. “NASA와 바티칸 역시 진화의 과정에서 외부로부터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인류의 현존은 수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게 바로 몇몇 폰 다니켄의 아이디어를 빌려서 풀어낸 이 영화의 관점이다.”
리들리 스콧에 따르면 <프로메테우스>는 “매우 거칠고 험악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에일리언은 생물학적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우리 행성으로 침입해서 깨끗하게 (인류를) 청소해버리기 위해서? 영화의 주인공들은 인류의 창조주를 찾을 테지만 예상과 전혀 다른, 아주 야만적인 행동방식을 지닌 문명일 것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투 마스>와 <에이리언>을 결합한 우주적 호러영화를 한번 떠올려보면 감이 올 것이다. 게다가 스콧은 <블레이드 러너>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더글러스 트럼블의 조언(“만약 실재로 찍을 수 있다면, 실재로 찍으라!”)을 기억하며 많은 장면들을 실재 세트에서 물리적으로 촬영했단다. 여섯달 동안 영국 파인우드 스튜디오의 여섯개 세트를 점령하고 만든 영화라니. 뭔가 어마어마한 것이 오고 있다.
<토탈 리콜>
감독 렌 와이즈먼 / 출연 콜린 파렐,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 브라이언 크랜스턴 개봉예정 8월2일
UP 필립 K. 딕 원작은 제대로만 영화화한다면 재미없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DOWN 폴 버호벤의 황홀할 정도로 음침한 비전을 능가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1990년대 할리우드는 지금보다 훨씬 거칠었다. 거의 모든 블록버스터가 PG13등급으로 규격화된 채 시장에 판매되는 지금과는 달랐다. 작가들의 입김은 더 막강했고 스튜디오들도 도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필립 K. 딕의 단편을 영화화한 폴 버호벤의 <토탈 리콜>이다. 이 영화를 지금 다시 감상한다면 입을 다물지 못할 게 틀림없다. 1990년 기준으로 역사상 최대의 제작비(5천만달러!)를 들였던 <토탈 리콜>은 시작부터 끝까지 피와 살이 튀는 폭력의 미학으로 넘쳐난다. 부제를 붙이자면 ‘화성으로 간 토드 브라우닝의 <프릭스>’랄까.
<언더월드>와 <다이하드4.0>의 렌 와이즈먼이 리메이크하는 2억달러짜리 새 <토탈 리콜>은 폴 버호벤의 버전으로부터 완벽하게 비껴나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대는 세계가 유로메리카와 뉴상하이로 갈라진 미래. 공장 노동자 퀘이드(콜린 파렐)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던 중 자신이 기억을 제거당한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고, 이중첩자 아내(케이트 베킨세일)를 거치며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나간다. 그런데 당신이 폴 버호벤 영화의 열성적인 팬이라면 <토탈 리콜>을 20년 만에 리메이크하는 것에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렌 와이즈먼은 “나 역시도 똑같은 의문을 던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본을 읽고 나서야 이게 굉장히 다른 이야기가 될 거라는 걸 깨달았다. 다만 필립 K. 딕의 편과 폴 버호벤의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것이 진실인가 아니면 환상인가’라는 뒤틀린 마인드 게임 속에서 주인공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다. 그 핵심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등급이다. 2억달러짜리 블록버스터를 폴 버호벤 영화처럼 R등급으로 개봉하는 건 불가능한 시대다. 당연히 등급은 PG13이다. 그래도 렌 와이즈먼은 등급에 맞춰가며 영화를 찍을 생각은 추호도 없는 모양이다. “아주 격한 PG13이 될 거다.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도 일단 그냥 찍었다. MPAA에서 자르라고 요구하는 장면들은 DVD에 실으면 된다.” 그렇다면 버호벤의 영화에서 모두가 경악했던(혹은 흠모했던) 가슴 셋 달린 여자는? “그렇다. 가슴 셋 달린 여자도 나온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