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 게임> Win Win
2011년 감독 톰 매카시 상영시간 106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자막 출시사 유이케이 화질 ★★★☆ / 음질 ★★★★ / 부록 ★★★
미개봉작 위주로 DVD를 소개하느라 애쓰긴 했으나, 지난해에도 여러 작품을 다 못 챙긴 채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런 DVD들을 늘어놓았더니 몇편이 눈에 들어온다. 공교롭게도 모두 중견 남자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연기 앙상블을 이끈 작품들이다. <사이러스>는 중년 남자가 재혼할 대상자의 아들과 충돌하며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존 C. 라일리가 조나 힐, 마리사 토메이와 함께 평범한 웃음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근래 신작 소개가 뜸했던 팀 로빈스는 <럭키 원스>에서 군인으로 분했다. 귀향한 군인들을 통해 전쟁을 돌아 이야기하는 로드무비다. <블러드워스>는 현재 최고의 영화음악가로 평가받는 T. 본 버네트가 음악을 담당한 또 하나의 <크레이지 하트>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오랜만에 주연으로 나와, 40년간의 떠돌이 생활을 마치고 고향 테네시로 돌아온 인물을 연기한다. <시더 래피즈>는 <행오버>의 에드 헬름스, 존 C. 라일리, 시고니 위버 등이 호흡을 맞춘 코미디다. 소도시에 살던 보험맨이 대도시로 출장 와 겪는 해프닝을 담았다. 네 영화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인생의 질문지를 받아든다. 중년 남자의 위기는 미국이라 해서 다를 게 없는 모양이다.
<윈윈 게임>을 따로 선택한 건 폴 지아매티 때문이다. 얼마 전 개봉한 <세번째 사랑>을 보다 지아매티형(型)의 배우는 참 복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외모의 배우는 연기를 잘해도 대중의 사랑을 받기가 힘들다.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덕분인지 <세번째 사랑>은 늦게나마 개봉됐지만, 그가 최고의 연기를 펼친, 그리고 <세번째 사랑>의 원형이라 할 <아메리칸 스플렌더>가 한국에서 TV영화로 직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지아매티가 스타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매력이 ‘부정적인 성격’의 인물로 등장할 때 더욱 발휘된다는 데 있다. 고약하고 밉상맞은 역할일수록 그의 연기가 빛을 발하니, 이건 어쩌면 저주가 아닐까 싶다. <윈윈 게임>에서도 지아매티는 그리 사랑스러울 게 없는 인물을 연기한다. 웃음보다 시큰둥한 표정이 더 어울리는 역할이라는 이야기다. 다행이라면 톰 매카시가 훈훈한 드라마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라는 점이다. <스테이션 에이전트> <더 비지터>로 각광받은 매카시에겐, 평범하고 소외된 인물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가 구사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주인공 곁으로 누군가를 세워 인정을 나누도록 이끄는 것이다. 전작에 비해 <윈윈 게임>은 훨씬 리듬이 좋고 유머러스한 작품이고, 가족을 무난하게 꾸리는 주인공 마이클이 개중 나아 보인다. 하지만 마이클은 어쩔 수 없는 매카시 스타일의 인물이며, 우연히 만난 인물끼리 두루뭉술하게 감동으로 연결되는 전개 또한 전작들과 다를 바 없다. 배우로 더 익숙한 톰 매카시는 기실 미국영화를 흥미롭지 않게 만드는 인물 중 한명이다. 선댄스영화제 등에 내리 선보인 작품 덕에 매카시는 평단의 환대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미국 독립영화의 희망으로 삼기엔 왠지 부족함이 느껴진다. 작가영화치고는 색깔과 개성이 옅고, 파스텔 톤의 드라마는 진지한 목소리로 발전하지 못하며, 장르영화가 아닌 탓에 대중영화로서도 모자란다.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일정 수준의 성취를 거둔 게 다다. 매번 그의 영화를 보며 선한 미소를 짓다가도 의심의 눈길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는 그러하다. 영화에는 ‘따뜻한 감동’을 뛰어넘는 무엇이 필요하다. DVD는 삭제장면, 인터뷰, 뮤직비디오 등의 짤막한 부록 7가지(23분)를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