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모습으로 복원되기 전의 광화문(왼쪽), CG로 되살아난 <마이웨이> 속 조선총독부 건물(오른쪽 위), 1995년, 철거되는 조선총독부(오른쪽 아래)
이 연재를 시작할 때 나는 개봉 중인 영화에 대해서는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마이웨이>는 원고와 씨름하고 있는 지금 개봉관에서 상영 중이다. 굳이 다짐을 어기려는 것은 초반부에 나오는 한 장면 때문이다. 마라톤 경기가 열리는 장면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건물은 당시의 일본 총독부. 해방 이후에는 중앙청으로 불리다가, 한때 국립박물관이 되었다가, 김영삼 정부 때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극적으로 폭파 뒤 철거된 바로 그 건물이다.
이 건물은 영화와도 인연이 많다. 컴퓨터로 복원되어 영화에 등장한 것만 <마이웨이> 말고도 <그때 그사람들>과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등이 있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도 장동건이 주연으로 나오고 역시 한·일 두 청년간의 갈등과 우정이 테마였던 점 또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총독부의 기수였던, 건축가이자 시인인 이상 또한 이 건물에서 일하지 않았을까.
내 기억 속에도 이 건물은 살아 있다. 국립박물관 시절, 건물 이층에 식당이 있었다. 라면과 어묵 같은 것을 팔던 구내휴게실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그 공간이 참으로 대단했다. 천장이 높고 화려한 장식으로 가득했다. 당시 서울에서 서구의 역사적 건축양식이 가장 잘 구현된 공간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무회의가 열리기도 한 장소였다. 그런 장소에서 라면을 팔게 된 것에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던 생각이 난다.
건물은 1995년 8월15일 철거되기 시작했는데 그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역사적 건물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 하는 매우 민감한 문제의 한복판에 이 건물이 있다. 내 의견은 이전, 복원하고 그에 합당한 용도를 찾아주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 건물이 가로막은 세종로 일대의 역사적 경관을 회복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런 역사를 가진 건물을 없애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적당한 곳에 이전하여 일본을 포함, 인류가 인류에 자행해온 온갖 악행을 고발하고 기록하는 박물관으로 사용하면 어땠을까? <마이웨이>가 희비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인류 역사의 그런 참담한 장면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