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클래식 메뉴가 달라졌다. 신년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였던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은 찾기가 힘들어졌다.
지난 1월5일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 신년음악회 첫 연주곡은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이었다. 최근 2년 동안 말러 교향곡 전곡을 시리즈로 무대에 올린 서울시향의 결산의 의미도 있겠다. 2010년, 2011년 두해 동안 클래식계는 구스타프 말러에 빠져 있었다. 한해 걸러 ‘탄생 150주년’, ‘서거 100주기’ 기념 무대가 이어진 덕분이다. 말러를 향한 추앙의 물결은 새해 첫달까지도 이어진다. 새해를 여는 신년음악회 주제를 그의 교향곡으로 삼는 무대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1월1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칠 신년음악회 주제도 말러 교향곡이다. 지휘자 최희준은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소프라노 신지화,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국립합창단, 수원시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등과 함께 무대에 올려놓는다(02-523-6258).
신년이면 울리는 왈츠와 오페레타 연주는 여전히 건재하다. 가장 큰 기대작은 1월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2009년, 2011년에 이은 세 번째 내한공연이다. 지휘자 페터 구트는 곡에 따라 지휘봉을 들거나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오케스트라를 리드하는 것이 특징이다. 장난기 넘치는 유머와 엔터테이너적인 성향으로 신년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들려줄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과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익숙한 왈츠 <황제> <봄의 소리> 등 듣기 편한 곡들로 채워졌다. 협연자로는 조수미 이후 유일하게 유럽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는 소프라노 임선혜가 비엔나 스타일의 오페레타에 도전한다(02-599-5743).
서울바로크합주단이 1월3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신년음악회도 흥겨운 왈츠가 넘실댄다. 1965년 창단된 국내 최고(最古) 체임버오케스트라인 이 악단은 오스트리아 정통 왈츠와 축전음악으로 무대를 꾸민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 <안네 폴카> <사냥 폴카>,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잠자리 폴카>, 사라사테의 <카르멘 판타지>, 레하르의 <금과 은 왈츠>와 <미소의 나라> 서곡 등을 풀어놓는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게르트 헤르클로츠가 지휘를 맡는다(02-592-5728).
젊은 연주자를 내세워 패기만만한 무대로 새해를 알리는 공연도 있다. 금호아트홀의 신년음악회다. 1월12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무대 를 채운다. 두 사람은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해 각종 국제 콩쿠르를 석권, 국내외 바쁜 행보를 잇는 차세대 유망주들이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브람스 스케르초,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등을 연주한다(02-6303-1977).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도 예정돼 있다. 아름다운오케스트라는 1월29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생각을 키우는 클래식’을 연다. 이번 신년음악회는 ‘Overture to 2012’라는 주제로 화려한 서곡 중심의 연주곡으로 구성했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뤼드밀라> 서곡을 비롯해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 베토벤의 <피델리오> 서곡, 로시니의 <세미라미데> 서곡,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 등이다. 특히 지휘자가 곡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클래식을 잘 모르는 청소년들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지휘와 해설은 아름다운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윤기연 지휘자가 맡는다(02-3141-0651).
흑룡의 해. 신년음악회의 클래식 선율을 들으며 힘차게 한해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