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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영화 <크레이지 핸드>
2002-01-17

내 손 좀 어떻게 해봐

Idle Hand 1999년, 감독 로드먼 플랜더 출연 데본 사와 <HBO> 1월18일(금) 밤10시

<크레이지 핸드>의 상상력은 만화적이다. 아니, 주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손이 마음대로 살인을 저지르다니? 줄거리는 한층 더 엽기적으로 흐른다. 손의 임자는 살인을 막기 위해 자신의 손목을 절단해버리고 아예 시커멓게 태워버린다. 문제는 손이 생명을 얻은 듯 불사의 존재가 되었다는 점. 절단한 뒤에도 ‘손’은 여전히 말썽을 부리고 돌아다닌다. 전형적인 B급 상상력을 담은 <크레이지 핸드>는 웃고 즐기거나, 아니면 점잖게 무시해도 좋을 영화다. 단, 한번 엽기적인 세계 속에 빠지면 쉽게 TV 리모컨을 꺼버리기 어렵다는 건 명심할 것. 연출을 맡은 로드먼 플랜더는 값싼 B급 장르영화를 여러 편 연출한 경력이 있다. <저주의 탄생>이나 <레프리콘2> 등 공포물이 그의 작품. 플랜더 감독은 사지절단과 피칠갑 장면을 천연덕스럽게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공포물의 흐름이 그렇듯, <크레이지 핸드> 역시 소름돋는 공포물보다는 코미디 장르에 슬쩍 한쪽 발을 걸치는 포즈를 취한다.

안톤은 하루 종일 TV 보는 일로 소일한다. 때로 냉장고를 뒤지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일과의 전부. 어느날 안톤은 이상한 일을 겪는다. 부모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고 집안엔 피가 흥건하다. 보이는 건 핏자국과 뜻모를 글씨만 남아 있다. 어쩔 줄 몰라하던 안톤은 부모의 시체를 발견하는데 사건의 전말은 안톤의 손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때마침 안톤의 집을 방문한 친구들도 모조리 안톤의 ‘손’에 살해당하고 이제 사건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조짐이다. 이웃에 사는, 평소에 안톤이 흠모하던 여학생도 손의 표적이 된 것. <크레이지 핸드>엔 데본 사와, 제시카 알바, 크리스토퍼 하트 등의 청춘스타가 출연한다. 잘린 목을 억지로 몸통에 끼워붙이고, 죽은 뒤 퍼렇게 변해버린 얼굴로 밤거리를 배회하는 청춘을 연기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변화를 겪은 시체 일행이 급우들 사이에서 스타가 되는 건 꽤나 냉소적인 유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