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 1. 지루할 틈 없는 다양한 운동 코스. 2. 층간 소음으로 이웃간에 험한 꼴을 보게 될지도 모르니, 방음 매트는 필수. 3. 방심을 허용하지 않는 게임 속 트레이너의 야멸찬 코멘트.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 중 하나가 추위다. 더위는 참을 수 있지만 추위는 정말 못 참겠다. 두 번째는 추운데 운동하(러 가)기. 영하의 날씨에서 조깅하는 것도 싫지만, 얼어붙은 거리를 지나 헬스장까지 가는 건 더 싫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움직이기 귀찮은’ 거지만, 겨울이면 더더욱 움직이기 싫어지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
하지만 이제는 방에서도 쉽게 운동할 수 있는 시절이 됐다. 거실에 놓인 러닝머신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엑스박스360의 키넥트 전용으로 나온 <유어쉐이프(Yourshape)2012>라는 게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모든 게 마찬가지지만, 이 게임을 작동시키는 데도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우선 엑스박스360이라는 게임기가 있어야 하고, 키넥트라는 일종의 모션 인식 카메라도 있어야 한다. 게임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 여기까지 세트로 구입하면 대략 50여만원이 든다. 하지만 요즘 헬스클럽 한달 이용료를 감안하면 턱없는 가격은 아니다.
일단 모든 준비가 끝나고 이 키넥트라는 카메라 앞에 서면 TV에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게임 내의 목소리와 명령에 맞춰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사실 이게 전부다).
그런데 이렇게만 설명하기에는 이 게임, 꽤 구성이 촘촘하다. 우선 전원을 켜면 운동 지식이 부족한 당신을 위해 게임상에서 간단한 설문조사와 함께 운동 계획을 정해준다.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과 함께 운동을 진행시켜주고 그 결과를 하루 단위로 확인시켜준다. 한달 안에 10kg을 빼고 싶다면,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있게 하루 운동량을 확인시켜주는 식이다. 물론 ‘야메’일 리 없다. 실제 유명 트레이너의 꼼꼼한 감수가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원하는 부위, 그러니까 팔뚝이나 뱃살, 엉덩이 등 살을 빼고 싶은 특정 부위를 선택해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가능하다.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살짝 접어도 된다. 줄넘기, 러닝, 가벼운 댄스도 추가돼 혼자 러닝머신 뛰는 것보다는 덜 고독하니까. 특히 전작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요가 기능이 추가된 건 반가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웠던 건 부트캠프 모드다. 말 그대로 신병훈련소에서 기합받는 것 같은 심정으로 운동을 즐길 수 있는데,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성들이라면 고통분담의 심정으로 임할 수도 있다(물론 남자들은 새벽에 재수없게 ‘군대꿈’을 꿀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이게 운동이 될까? 된다, 체험에 의하면. 상상하는 것보다 운동의 강도가 상당하다. 30분쯤 체험하니 온몸에서 땀이 샘솟고, 숨은 거칠어졌다. 심지어다음날 온몸이 쑤셨다.
물론 단점도 있다. 층간 소음으로 살인까지 나는 요즘,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사는 이가 맘 놓고 게임에 몰입하다가는 이웃에 민폐다. 반드시 운동용 방음매트를 바닥에 깔고 진행할 것. 자, 어쨌든 모든 운동의 기본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거다. TV 앞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보니 그만큼 그만두기 쉽다. 헬스장에 다니는 것처럼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되레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위기만 잘 버텨낼 수 있다면 꽤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언젠가 이 추위도 지나갈 테고, 가벼운 옷을 걸치게 될 봄이 오면 당신도 ‘쫄티’ 정도는 쉽게 입을 수 있을 테니.
PS. 참, 혹시 영어 공부가 필요한 직장인이라면 한글판이 아니라 미국판을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태퀀도우’를 외치는 영어 태권도 학원도 있는 세상인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