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2012년 1월15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문의: 02-548-1141
영화 때문에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 걸까. 깨알 같은 재미는 넘치지만 호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올겨울 공연계 최고의 화제작 <조로> 말이다. 이야기는 영화로 접한 덕에 친숙하다. 당연하게도 공연을 보기 전부터 작품의 매력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게다가 조승우의 출연과 몇 안되는 뮤지컬 전용관의 개관작이란 이슈까지 더해져 기대가 차고 넘쳤다.
복면 영웅의 활극은 ‘눈요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캐릭터 또한 매력적이다. 지금 시대로 따지면 조로는 엄친아다. 잘생겼지, 호탕하지, 춤 잘 추지, 검술 실력까지 뛰어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섹시하다. 알랭 들롱,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당대 최고의 미남 배우들이 조로 역을 맡은 이유겠다. 이런 남자가 약자의 편에 서서 호쾌한 액션을 펼친다. 누군들 반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속 조로는 종횡무진 무대를 휘젓는다. 뛰고, 구르고, 날고, 틈틈이 칼질을 한다. 춤에, 노래에, 마술쇼까지 거침이 없다. 그럴수록 정의와 진실보단 유머가 살아난다. 관객은 세계적인 라틴 밴드 집시 킹스가 작곡한 음악이나 화려한 플라멩코보다 조로의 가벼운 입담에 열광한다. 디에고가 조로가 되기까지의 긴 설명, 악역을 맡은 라몬의 단선적인 캐릭터에 지루할치면 어김없이 조로의 개그가 터져나온다. 굳이 장르를 규정하자면 뮤지컬 <조로>는 코미디에 가깝다.
튜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쾌걸 영웅의 고뇌를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담아내겠다는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진짜 조로’를 원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