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에 한번쯤은 동물원을 찾는다. 가장 자주 찾게 되는 곳은 종로에서 721번을 타면 한번에 갈 수 있는 어린이대공원이다. 어린이대공원 안에 위치한 동물원에는 의외로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그중 가장 인기있는 동물은 단연 꽃사슴이다. 그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옆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꽃사슴용으로 표시된 먹이를 뽑아 나누어주면 된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울타리에 기대 녀석들을 향해 유혹적인 손짓을 보낸다. 가끔은 나도 그중 하나가 된다. 부러진 빼빼로처럼 생긴 먹이를 내민 채 기다리고 있으면 할아버지부터 꼬맹이한테까지 와서 손바닥이 보일 때까지 핥아먹는다. 하지만 섭섭하게도 목덜미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으면 녀석들은 벌써 먹이가 남아 있는 다른 손으로 옮겨가버린다. 그래서인지 도도한 꽃사슴에게는 정이 잘 가지 않는다.
나의 마음을 잡아끄는 동물은 따로 있다. 넓은 꽃사슴 우리 모퉁이에 조그맣게 세 들어 살고 있는 당나귀 두 마리가 그들이다. 흰색 테두리가 둘러진 녀석들의 크고 검은 눈은 어딘지 수줍어 보이면서도 또 무심해 보인다. 어쩐지 나 또한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이는 눈동자다. 하지만 접근이 불가능하다. 동물원에서 이중으로 철조망을 둘러놓았기 때문이다. 안쪽 철조망은 유별나게 멀찌감치 둘러놓았다. 바깥 철조망 사이로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다. 그래서 녀석들에게 먹이를 주려면 공중으로 던져주는 수밖에 없다. 하나 녀석들은 먹이를 받아먹는 데 큰 관심이 없다. 그저 좁은 행동반경 속에서 겨우 몇 발짝 움직이며 게으르게 노닐 따름이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시선을 던지다 다음 코스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왠지 나는 매번 녀석들의 눈빛에 마음이 에여 오랫동안 그 앞을 서성이게 된다.
동물원을 찾는 마음이란 기본적으로 야속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 갇혀 있는 생물체들을 보는 행위에는 나와 그들 사이의 좁힐 수 없는 아득한 간극이 잔존한다. 결코 나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없다. 본디 빙하 위를 거닐었을 북극곰이 이제는 털 사이에 낀 푸른 이끼를 벗겨내려 애쓰지도 않는 모습을 볼 때면 그를 구경하겠다고 유리창에 딱 달라붙어 있는 내가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지 철저하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측은지심을 발휘할 아둔한 용기마저 도로 주워 담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나는 그 북극곰을, 그 당나귀를 또 만나기 위해 계절이 바뀌면 습관처럼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하고 만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나의 잔인하고 악독한 취향이다. 이런 나를 벌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동물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