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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의 여인들
2002-01-17

비디오/메인과 단신

The Mists of Avalon 2001년, 감독 울리 에델 출연 줄리아나 마굴리에스, 안젤리카 휴스턴, 조앤 앨런, 사만사 마티스, 에드워드 애터튼장르 역사 판타지 (워너)

‘아서왕의 전설’은 판타지영화나 만화의 소재로 빈번하게 쓰일 만큼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이복누이 모게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모드레드의 반란. 원탁의 기사와 성배, 마법사 멀린, 아발론으로 떠나갔다는 아서왕의 최후 등등. 하지만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의 산물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아서왕을 둘러싼 다양한 전설과 소설들이 만들어져왔다. 마크 트웨인의 <양키, 카멜롯에 가다>(여기서는 멀린이 멍청이에 사악한 인간으로 나온다)도 그중의 하나.

마리온 짐머 브래들리의 소설을 각색한 <아발론의 여인들>은 아서왕을 둘러싼 여인들, 그 시대를 실제로 이끌었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대 종교를 믿는 여인들의 시각과 사건들을 통해 아서왕의 시대를 그리는 것이다. 영원의 땅 아발론에서 여신을 섬기고 있는 비비안은 동생인 이그레인에게 미래의 일을 알려준다. 그녀에게 반한 왕 우터가 남편을 없애고, 이그레인과의 사이에서 미래의 왕을 낳으리라는 것이다. 이그레인은 반발하고, 막내인 모고즈는 자신이 왕을 낳겠다고 하지만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우터와 이그레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더는 멀린에게 맡겨지고, 이복누이인 모게인은 비비안의 손에서 여사제로 자라난다. 모게인은 여신을 숭배하며 자연을 다스리는 힘을 갖게 된다. 성인이 되어 ‘다산의 축제’에 간 모게인은 가면을 쓰고, 낯선 남자와 첫날밤을 치르게 된다. 나중에 알게 된 그 남자는 바로 이복동생인 아더. 아발론을 등지고 고향으로 돌아간 모게인은 아더를 만나고, 아더는 원탁의 기사들과 함께 색슨족을 물리치고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권력을 꿈꾸던 모고즈는 왕위를 빼앗기 위해 아더의 부인 기네비에에게 저주를 내린다.

<아발론의 여인들>에서 역사를 움직이는 이는, 칼을 휘두르는 남자가 아니라 예지력과 마법으로 그들을 이끄는 여인들이다. 모고즈는 비비안을 질투하며 모드레드를 악의 화신으로 만들어 자신의 아버지 아더왕을 죽이도록 부추긴다. 비비안의 유지를 이어받은 모게인은 성스러운 땅 아발론과 아더를 지키려 하지만,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다. 아더왕의 죽음을 고비로 자연과 여신을 숭배하던 아발론의 시대가 저물고, 정복과 파괴를 일삼는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다. 울리 에델은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만든 뒤 내리막길을 걸었고, TV 미니시리즈인 <아발론의 여인들>도 평범한 편이다. 그러나 안정된 연출력과 안젤리카 휴스턴, 조앤 앨런 등 뛰어난 여배우들의 연기는 <아발론의 여인들>을 풍요롭게 만든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