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영상과 소리를 얻었다면, 현장의 느낌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 때(그리고 귀찮아지기 전에) 빨리 후반 작업에 들어갑시다. 우선 녹음한 소리의 믹싱 과정을 EQ(이퀄라이저)와 컴프레션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무엇을 이용해서 오디오 파일을 만질지 정합시다. 여러 개의 마이크를 이용해 좌우 스테레오 2채널보다 많은 음원이 있을 때는, 즉 한번의 테이크에 해당하는 파일이 여러 개일 경우에는 멀티트랙 편집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오디오 편집에 사용되는 툴은 대부분 지원하는 기능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인터넷을 조금 검색해보면 ProTools나 Soundtrack Pro 같은 값비싼 제품에서 Audacity나 REAPER처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한 편집 소프트웨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부적인 성능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인터페이스나 작동 방식은 어느 것을 사용하나 유사합니다. 여기에서는 Soundtrack Pro를 기준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만약 잘 모르는 소프트웨어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내려받고 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이미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갖추어진 곳을 찾아갈 수도 있습니다. 미디액트, 오!재미동 같은 지역 영상/미디어센터나 렌털업체 등에서 사용기간에 따라 소정의 금액을 내고 편집실을 대여할 수 있으며, 학생이라면 학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1. 편집 소프트웨어 ‘Soundtrack Pro’의 기본 인터페이스.
1. 채널별 볼륨 균형 잡기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는 사진1과 같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가운데 편집할 음원을 위치시킬 트랙 목록과 트랙별 볼륨 및 팬 컨트롤 등이 있고, 그 아래로 믹서와 재생 컨트롤이 있습니다. 음원을 하나씩 마우스로 끌어 트랙에 위치시키고, 소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들어봅시다. 원하는 느낌에 들어맞는지, 어느 특정한 파트가 크거나 작지는 않은지, 소리가 먹먹하거나 날카롭지는 않은지 등에 유의하며 끝까지 들어본 다음에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이제는 트랙들을 껐다 켰다(보통 M, S로 표기된 뮤트와 솔로 버튼을 이용하면 간편합니다. 뮤트는 해당 트랙의 소리를 소거하는 기능, 솔로는 해당 트랙의 소리만 남기는 기능입니다) 해가며 각각의 트랙을 따로따로 들어볼 차례입니다. 어느 파일에 어떤 소리가 잘 녹음되었는지, 어느 트랙을 키우고 어느 트랙을 줄여야 할지, 어느 파일은 굳이 쓰지 않고도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지 등을 생각하며 주의 깊게 들어봅니다. 녹음이 아주 잘되어서 딱히 손댈 부분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항상 그런 운이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조금씩 수정하고 다시 들어보는 일을 몇 시간 동안 반복하며 귀를 계속 괴롭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쨌건 우선은 채널별 볼륨을 대충 균형이 맞는다 싶은 수준으로 맞춰봅시다. 예컨대 목소리와 기타 소리를 각각 마이크 한대씩 이용해 녹음했는데 목소리를 녹음한 파일에도 기타 소리가 충분히 들어가 있다면 다른 쪽, 즉 기타 소리가 있는 트랙의 볼륨을 낮추는 식으로요.
2. EQ(이퀄라이저)는 음향 신호의 대역에 따라 그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를 말한다.
2. 트랙별 소리의 EQ 조절
다음에는 트랙별로 소리의 EQ를 조절해봅시다. 이퀄라이저는 음향 신호의 대역에 따라 그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우리가 저음이 빵빵하네, 고음이 선명하지 못하네 하고 이야기할 때의 그 음역별로 소리를 강조하거나 줄여주는 것이지요. 우선 솔로버튼을 이용해 조절할 트랙의 소리만 남긴 뒤, 트랙에 이퀄라이저 효과를 추가합니다(믹서에서 해당 트랙의 오른쪽을 클릭하면 나오는 메뉴에서 Channel EQ를 찾을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마다 각종 효과를 추가하고 조정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중앙에 있는 가로 직선은 아무 것도 바꾸지 않았을 때의 상태를 나타내며, 마우스로 곡선을 드래그해 특정 음역(가로축)에 대한 신호 강도(세로축)를 상대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음역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는 식의 정답은 없습니다.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소리를 선택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지요. 흔한 팁을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야외에서 작업을 진행했을 때 흔히 녹음되는 바람 소리, 차 소리 등을 줄이기 위해 50Hz 또는 100Hz 이하의 음역은 과감히 제거해버려도 대개 괜찮습니다. 목소리가 선명하지 않고 멀게 느껴질 때는 180Hz 이하의 레벨을 낮추고 4kHz에서 6kHz 사이를 조금 키우면 좋습니다. 특정 악기의 소리를 어떻게 건드리는지 잘 모를 때는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프리셋을 이용하거나 구글에서 ‘해당 악기 이름+EQ’와 같은 식으로 검색해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컴프레션이란 가장 작은 소리와 가장 큰 소리 사이의 음량 차이를 ‘압축’해주는 기능. 주로 이용자가 조용한 환경에서 감상하거나 그때그때 스피커 볼륨을 조절하지 않더라도 되도록 작은 소리까지 잘 들리게끔 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3. 컴프레션 걸어주기
소리간의 균형과 음색을 원하는 대로 맞춘 다음에는 마스터 트랙에 컴프레션을 걸어줍니다. 컴프레션이란 가장 작은 소리와 가장 큰 소리 사이의 음량 차이를 ‘압축’해주는 기능으로, 같은 재생 조건에서 음량을 키우거나 음악 프로듀싱 과정에서 음량이 들쭉날쭉한 연주를 좀더 균일하거나 풍성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지금 만드는 작업물이 컴퓨터로 재생되는 스트리밍 영상으로서, 이용자가 조용한 환경에서 감상하거나 그때그때 스피커 볼륨을 조절하지 않더라도 되도록 작은 소리까지 잘 들리게끔 하기 위한 것입니다.
트레숄드(Threshold)는 입력 신호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었을 때 작동할지 결정하는 값으로, 이 값이 낮을수록 더 많은 부분에 컴프레싱이 적용됩니다. 비율(Ratio)은 트레숄드를 초과한 신호를 얼마만큼 압축할지 결정합니다. 예컨대 컴프레싱 비율이 4:1이고 트레숄드가 10dB일 때 -6dB짜리 신호가 입력되면 입력 신호가 기준을 초과한 만큼인 4dB의 차이가 1/4로 압축되어 결과적으로 트레숄드를 1dB 초과하는- 9dB짜리 신호가 출력되는 것입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소리가 더 많이 압축되는, 즉 전반적으로 음량이 비슷비슷해지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비율을 지나치게 높게 적용하면 소리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2:1 이하의 비율이 적당한 듯하지만, 지나치게 두드러지는 타악기 등이 있을 때는 3:1, 4:1 이상으로 과감한 값을 설정해볼 수도 있습니다. 어택(Attack)과 릴리스(Release)는 음량을 일정 비율로 줄이는 과정이 얼마나 빨리 시작되고 원상복귀되는지를 결정합니다. 이 기능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야외에서 녹음한 것을 약간 손볼 때는 몇 ms에서 몇십 ms 정도로 두면 무난합니다. 컴프레션을 거친 신호는 압축된 만큼 음량이 다소 줄어드는데, 게인(Gain)을 설정해 이를 다시 끌어올리면 이 과정이 마무리됩니다. 믹서를 살피며 출력되는 신호가 0dB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음량을 충분히 끌어올린 결과물을 수정할 부분이 없는지 마지막으로 한번 더 확인하고, WAV나 AIFF 등 비손실 코덱을 이용해 파일을 출력(Export)하면 오디오 편집 단계가 마무리됩니다. 이 파일은 다음번에 다룰 영상편집 과정에서 다시 영상과 합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