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시리즈 기간에 눈치없이 저녁 약속을 잡는 걸로도 유명하다(대부분의 친구들이 야구팬이다). 물론 ‘직구’는 좋아한다. 무지의 산물이겠지만, 이기기 위해 속이고 속지 않기 위해 또 속이는 것처럼 보이는 야구에서 직구야말로 진검 승부 같다. <머니볼>은 인생을 직구로 승부한 남자의 이야기다. 가슴이 뻐근해지다가 마침내 뭉클해진다. 특히 어린 딸이 아빠를 위해 노래하는 장면은, 드라마의 정점이자 딸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을 적절히 자극한다.
원곡은 호주 싱어송라이터 렌카의 <The Show>다. 78년생인 그녀는 아역배우로 데뷔해 TV에서 주로 활동하다 2008년에야 가수로 데뷔했다. 쇼 비즈니스와 인생의 공유폴더를 클릭하는 노래의 설득력은 이 경력에서 온다. “인생은 미로 같고 사랑은 수수께끼 같다”는 성찰적인 가사가 예쁜 멜로디에 담긴다. 내가 아닌 게 될 바엔 차라리 잠시 멈추라. 티켓을 쥐고 있는 건 그들이지만 우리는 쇼를 즐길 필요도 있다. 자기계발서 같은 노랫말이 자수성가한 CEO의 자서전 같은 영화 엔딩 타이틀로 흐른다. 그게 나쁠 리 없다. 영화가 끝나면 왠지 직구를 연마해야 할 것 같다. 성공 확률은 적어도 후회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