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인삼밭과 논밭이 그려놓은 3색의 추상화>(강원도 양구군)
일시: 2012년 3월15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문의: 02-2124-8800
‘업 인 디 에어.’ 조지 클루니가 아니라 이 남자를 설명할 때 필요한 말이다. 프랑스의 항공사진작가이자 환경운동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인생의 오랜 시간을 하늘 위에서 보낸 사람이다. 그는 헬리콥터를 타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풍경 사진을 찍는다.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얘기할 때 종종 언급되는 몰디브, 누벨칼레도니의 하트섬 사진이 바로 베르트랑의 작품이다. 1994년 유네스코의 후원으로 그는 ‘하늘에서 본 지구: 우리 지구의 초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헬리콥터 위에서 바라본 160여개국의 모습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지상인지 천상인지 가늠할 수 없는 환상적인 풍경부터 포연에 휩싸인 내전지역, 폐기물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마블링되어 있는 오염지역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장소들이 지구라는 하나의 별에 공존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분명한 점은 베르트랑의 사진을 보는 순간만큼은 지금 발딛고 서 있는 곳에서 1000m쯤 위로 올라가 현실이 아닌 다른 무엇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늘 위에서는 지지고볶는 세상만사도, 국경도, 이해관계도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모두 지구를 살려야(save) 한다고 말한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지구가 우리를 살릴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인간성이다.” 베르트랑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인간의 시선으로 모든 문제를 재단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그의 사진들 또한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다. 유럽 언론은 그런 베르트랑의 작품을 두고 ‘신의 시선’이라는 평을 선사했다.
<하늘에서 본 지구: It’s my Home>은 지난 20여년 동안 베르트랑이 사진으로 기록한 지구의 모습 220여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그 유명한 하트섬, 몰디브섬의 사진을 비롯해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 낙타의 행렬과 만년설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메말라가는 킬리만자로의 산봉우리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베르트랑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을 촬영하기도 했는데,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한국의 풍경 사진은 여느 나라 못지않게 경이롭다. 인삼밭과 논밭이 맞닿아 있는 강원도 양구군의 모습은 몬드리안의 추상화에 버금가게 멋지고, 다시마를 말려놓은 전라남도 완도군의 모습은 푸른 천과 실을 멋들어지게 콜라주한 예술작품 같다. 이 밖에도 항공사진을 모아 영상으로 제작한 영화 <HOME>(뤽 베송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하는 동물사진 70여점을 이번 전시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