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시작됐다. 100여 개가 넘는 전국의 영화영상학과를 두고 어떤 곳을 선택할지 고민 중인 학생도 전쟁이고, 유능한 인재를 뽑아야 하는 대학도 전쟁이다. 영화·방송·통신의 장벽 허물기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2011년, 영화영상학과들은 다양한 커리큘럼과 화려한 교수진, 최첨단 시설을 보유한 채 지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입시는 결국 정보전쟁이라는 말이 있듯, 영화영상학과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지원자가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씨네21>은 미래의 감독, 배우, 작가, 스태프, 영상제작자 등을 꿈꾸는 수험생들이 영화영상학과를 한층 가깝게 느끼고 수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만들었다. 지원자들을 면접이나 실기로 직접 선발하는 교수진들에게 필승 방법을 물었고,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재학 중에 좋은 성과를 얻은 영화영상학과 선배들에게 입시 노하우도 들어봤다. 18개 대학의 커리큘럼과 입시전형을 취재했으며 한국영상자료원, 동국대학교 전산원, 서울종합예술학교 등 대학 이외의 학점 인정 기관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영상 관련학과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궁금한 독자라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대표 관련 학과 네 곳을 참고하길 바란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특별하게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어떤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영상제작자로서 자신의 색깔과 전문성을 보다 확실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얘기다. 전국에 100여 개가 넘는 영상 관련 학과가 존재하고, 영화와 방송, 다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어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런 시대의 변화 속에서 영화영상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진로는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영화영상학과를 지망한다고 하면 영화감독, 프로듀서, 촬영감독, 편집기사 등을 꿈꾸는 학생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영화영상학과를 졸업하게 된다면 3D입체영상과 같은 시각효과 전문가, 인터넷 방송 또는 모바일 관련 분야의 영상 전문가, 미디어 아티스트 등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직업으로의 진출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가 어떤 영상 전문가가 되고 싶은지, 각 영화영상학과의 커리큘럼은 어떻게 다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산학협동, 벤처설립 등 학교마다 세분화된 미래설계
영상매체의 폭발적인 증가와 학생들의 진로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전국의 영화영상학과들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올해 영화영상학과 전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학과들이 방송제작, 3D 등 뉴미디어와 기술 전공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극동대학교 영상제작학과가 올해 ‘특수제작과정’이라는 전공을 개설해 3D영화를 제작하는 수업을 마련한 데 이어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인덕대학교 방송영상미디어과는 향후 빠른 시일 내에 3D전공 과목을 개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상명대학교 영화영상전공은 ‘방송기획 및 구성’ ‘방송워크숍’ 수업을 최근 개설했고, 뉴미디어와 방송 쪽 커리큘럼을 확대하는 교과과정을 논의하고 있다. 영상제작 방식의 트렌드를 누구보다도 빨리 접하는 영화영상학과 교수들인 만큼, 3D영화와 방송매체의 증가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영상 장르를 끌어안으려는 노력도 감지된다.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수업을 개설하고 있으며,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와 서경대학교 연극영화학부는 다큐멘터리 수업을 열고 있다.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김정호 학과장의 말처럼 “영화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영화에 대한 지평을 넓혀주기” 위함이란다. 변화의 흐름에 민감하게 대비하면서 기본을 강조하는 학과도 있다.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허욱 학과장은 “필름의 미학을 알아야 디지털도 이해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학생들에게 필름 수업부터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영상학과의 커리큘럼은 이처럼 각 학교마다 천차만별이지만, 4년제 과정 영화영상학과의 전반적인 수업방식은 ‘선 이론, 후 실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2학년 때는 세계영화사, 한국영화사, 영상학의 이해 등 영상제작의 기초가 되는 이론 수업을 통해 기본소양을 쌓고, 3~4학년 때는 영상연출, 편집, 조명실습, 프로덕션 디자인 등 보다 실전에 맞닿아 있는 현장 중심의 수업을 통해 경험을 다지는 것이다. 특히 재학생들의 실력 향상과 현장 진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3~4학년 과정 수업은 중요하다. 영화영상학과에서는 학생들이 졸업 이후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일할 만한 실력을 갖추기까지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 학과마다 특화된 진로지도 방식과 산학협력, 최첨단 시설을 구비하는 것이 그 노력의 일환이다.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는 경기도와 산학협력을 체결해 법인체 ‘대진테크노파크’를 설립했다. “벤처회사 규모의 프로덕션을 만들어 대진테크노파크에 입주할 경우 입주비용을 일정 부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성지영 학부장의 말이다.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의 경우 ‘산학협력 중심 대학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학과생들의 작품 제작 및 현장실습에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HD특성화 교육기관’으로 선정돼 디지털 촬영과 편집의 모든 공정을 학교에서 해결하는 ‘올인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부산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시네마테크부산과 MOU를 체결한 부산외대 영상미디어학과는 시네마테크부산으로부터 기자재 지원과 교육 협력을 받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학생들을 영화제 스태프로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 따라 면접, 실기 비중 높은 경우도
대부분의 영화영상학과들은 연기전공학과나 여느 예술학과들과 달리 실기의 비중이 낮은 편이다. 영상제작 장비가 특화되어 있는 만큼 전공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은 입학한 뒤에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생부 성적과 수능 점수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과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 혹은 논술로 학생들의 자질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학과도 있다.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는 정시 다군에서 심층면접으로 이뤄지는 실기고사를 70% 반영하고 있으며, 한서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또한 정시 다군에서 일반 소양과 전공 소양을 평가하는 면접고사를 80% 성적에 반영한다. 입시전형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이어지는 학교별 입시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한 학교, 적성에 맞는 학교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무작정 느낌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기보다는 학교별로 어떤 혜택을 제공하는지, 입시전형은 어떤 학교가 유리할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 같은 영화영상학과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