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296 x 12.9 x 184mm(W x H x D) 11.6인치 LCD 본체 무게 860g
특징: 1. 진정한 스마트 패드. 2. 어쨌든 한국은 MS 윈도가 갑이니까. 3. 애플보다 AS 만족도가 낮을 수는 없겠… 지.
혁신적인 제품들은 소비자는 물론이고 경쟁제품들마저 자신들의 회오리 안에 집어넣고 만다. 애플이 발매하는 제품의 대단한 점은 편의성이나 디자인을 떠나 경쟁사들이 어떻게든 따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존심은 좀 상하더라도 애플을 따라가지 않고서는 본전도 못 건지리라는 것을 알게 만드는 것, 그게 애플의 힘이다. 빛이 크면 그림자도 그만큼 큰 법. 애플의 부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아마도 삼성과 아수스일 것이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세계시장에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어왔고(성능만 놓고 보자면 노키아와 모토롤라는 진작에 넘어서 있었다), 아수스는 노트북계의 터줏대감으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애플만 아니면, 애플만 아니었으면, 이들은 아마 지금쯤 점유율 1위의 기업이 돼 있었을지도 모른다. 삼성과 아수스가 동시에 애플을 겨냥한(듯한) 제품을 내놨다. 삼성의 슬레이트 PC는 아이패드를, 아수스의 젠북은 맥북에어를 겨냥했다. 과연 이들의 복수전은 얼마나 성공적일까.
슬레이트 PC는 삼성이 이례적으로 ‘센스 XXX’ 같은 제품의 모델명이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명을 입힌 경우다.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대단하다. 삼성이 슬레이트 PC에 걸고 있는 기대가 꽤 크다는 것, 그리고 이 제품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계속 터치형 모델을 발표할 거라는 걸 암시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삼성은 최근 업계 최초로 프라임 타임에 3분짜리 미니 드라마 형식의 광고를 선보이겠다는 파격적인 안을 내놓기도 했다. 광고 비용은 상상에 맡긴다). 슬레이트 PC는 보기에는 아이패드류의 태블릿PC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만 11.6인치 LCD를 썼고, 무게는 860g으로 태블릿과 비교하면 다소 무겁다. 갤럭시탭과 거의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제품은 노트북과 태블릿을 한몸에 몰아넣은 자웅동체 개념의 제품이다. 집에서는 윈도7을 기반으로 하는 일체형 PC로, 이동 중에는 어플리케이션 위주의 태블릿으로 사용할 수 있다. 윈도7을 쾌적하게 운영하려다보니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와 4GB 메모리를 갖췄다. 어지간한 온라인 게임은 우스울 사양이다. 트렌드를 충실하게 따른 바 하드디스크 대신 64GB SSD를 기본으로 장착해, 빠르게 윈도 화면으로 이동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배터리는 최대 6.1시간 동안 작동한다(는데 체감상으로는 5시간 정도다). 최근 삼성이 발매한 모든 제품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들 정도로 성능이나 디자인, 제품에 대한 접근 방식 모두가 맘에 든다. ‘진정한 스마트 패드’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태블릿 편한 걸 알면서도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넷북을 들고 다닐 수밖에 없었던 건 워드나 엑셀 등 거의 모든 문서 작업이 윈도를 기반으로 움직였기 때문인데, 슬레이트 PC는 그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어떤 애매함은 떨치기 힘들다. 태블릿이라기에는 한손으로 들기 힘든 무게가, 책상에 놓고 쓰자니 화면의 크기가 그렇다. 바로 이 애매함이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단순히 태블릿을 대체하려는 생각으로 구입하는 건 말리고 싶다. 그러기에는 성능이 너무 훌륭하고, 가격도 꽤 높다. i5 모델 150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