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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사진계의 펠리니를 영접하라
장영엽 2011-12-08

<데이비드 라샤펠전>

<Archangel Michael And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2009 ⓒDavid LaChapelle

기간: 2012년 2월26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문의: 02-580-1300

“앤디 워홀에게 고용된 남자. 마돈나를 해고한 남자. 파멜라 앤더슨과 레이디 가가와 힐러리 클린턴의 사진을 촬영한 남자.” 데이비드 라샤펠을 소개하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다. 이 몇 문장만으로도 데이비드 라샤펠이 현대 사진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대략은 짐작이 갈 것이다. 라샤펠은 <아메리칸 포토>가 선정한 ‘전세계 사진계에서 가장 중요한 10인’ 중 한명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스튜디오54’(뉴욕의 전설적인 디스코클럽)에서 일하다가 앤디 워홀의 눈에 띄어 잡지 <인터뷰>의 사진작가로 일하게 된 뒤, 그는 <보그> <배니티페어> <GQ> <롤링스톤> 등 유수의 잡지를 거치며 개성 넘치는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퇴폐와 성스러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스타일 때문에 그는 미국 예술계에서 ‘사진계의 펠리니’로 불린다.

한가람미술관에서 내년 2월까지 열리는 <데이비드 라샤펠전>은 국내 최초로 열리는 그의 개인전이다. 라샤펠의 작품 160여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패션사진과 셀레브리티와의 작업으로 이름을 얻은 그의 80, 90년대 작품부터 죽음, 종교 등 보다 초월적인 주제를 다룬 2000년대 작품까지 고루 소개한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마이클 잭슨, 안젤리나 졸리, 카메론 디아즈와 이완 맥그리거, 나오미 캠벨 등의 스타가 피사체로 나선 사진들이다. 특히 마이클 잭슨을 주인공으로 작업한 사진들은 그의 비극적인 결말을 떠올리게 해 애잔하다. 데이비드 라샤펠이 알았던 마이클 잭슨은 ‘그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았으나, 세상에 의해 괴물이 되어야 했던 남자’였다. 라샤펠의 작품에서는 피에타상의 예수처럼 힘없이 팔을 늘어뜨린 채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는 마이클 잭슨(<American Jesus>), 대천사 미카엘로 분해 악마를 발밑에 두고 있으나 한없이 외로운 표정의 마이클 잭슨(<Archangel Michael>)을 만날 수 있다. 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인형의 집을 뚫고 얼굴을 내밀고 있는 카메론 디아즈와 이완 맥그리거의 사진 <Doll House Disaster>는 발랄하면서도 초현실적이다. 종교와 성찰, 죽음에 대한 그의 관심이 반영된 2000년대 작품으로는 <Last Supper>와 <Deluge> <Sermon>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뉴욕 뒷골목에서 볼 법한 군중과 현대적인 건물, 예수를 암시하는 인물의 기묘한 조합은 미술사의 걸작과 하위문화, 성경을 자유자재로 패러디하고 반영하는 라샤펠의 믹스매치 솜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연 앤디 워홀의 수제자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