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12월17일까지 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 문의: 02-6391-6333
웃느냐, 우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뮤지컬 <햄릿>은 박장대소하며 눈물 콧물을 찔끔 빼놓는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에 이 무슨 연고냐고. 고전 중의 고전인 <햄릿>이 시대에 맞게 변했다고나 할까? 뮤지컬 무대에 오른 <햄릿>은 특유의 어두움을 한 꺼풀 벗어던진 경쾌함을 선사한다. 록, 발라드, 스윙재즈, 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어우러진 뮤지컬다운 진화다.
여기엔 독특한 텍스트 해석이 뒷받침되고 있다. 뮤지컬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비극의 출발점이 다르다. 뮤지컬에서 모든 비극의 시작은 ‘치명적 사랑’이다. 햄릿의 어머니 거투르트 왕비의 솔로곡 <사랑을 원하는 나>가 이유를 들려준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서서 노래하는 그는 왕비가 아니었다. 그저 사랑받고 싶은 한 여성이었다. 강력한 안타고니스트로 해석되던 클라우디우스마저 사랑 앞에 무력한 한 남자로 나온다. 즉 뮤지컬 <햄릿>은 ‘복수’가 아닌 ‘사랑’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작사와 작곡을 맡은 체코 국민가수 야넥 레데츠키는 이 역설적 해석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엮었다. 덕분에 햄릿은 시종일관 진지한 인물이 아니다. 록과 플라멩코 댄스까지 매끈히 소화하는 햄릿이다.
무대는 굉장히 바쁘다. 빠르고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회전무대는 햄릿의 혼란스럽고 방황하는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선왕의 독살과 햄릿이 아버지의 망령과 만나는 장면 등에서 쓰인 영상편집은 로버트 요한슨의 연출법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그의 또 다른 작품 <몬테크리스토>에서 이미 눈여겨본 장기다. 로버트 요한슨은 쉴 틈 없이 긴박하게 장면을 전환시킨다. 빠른 전개로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코믹 요소를 삽입해 유쾌함까지 더한다.
캐스팅된 배우들도 믿을 만하다. 햄릿 역에 김수용·박은태,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에 윤공주, 클라우디우스에 서범석·윤영석, 거투르트 역에 신영숙, 오필리어의 오빠 레어티스 역에 강태을·전동석 등이 출연한다. 유명 스타 대신에 실력파 전문배우들의 조합이다.
두 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이 모든 비극을 잉태하는 거투르트와 클라우디우스의 사랑은 불온하지만 당위성을 명확하게 새긴 반면, 햄릿과 오필리어의 감정선은 싹뚝 잘렸다. 그 결과 두 청춘의 안타까운 로맨스는 설득력을 잃었다. 그리고 신나는 커튼콜. 관객이 흥을 안고 극장 밖으로 나서게 하는 특별한 선물이다. 하지만 비극적 결말의 여운을 곱씹을 시간을 빼앗았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흥미진진한 엔터테인먼트쇼로 탈바꿈시킨 뮤지컬 <햄릿>. ‘한번 보느냐 두번 보느냐, 그것이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