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걸 좋아한다. 더 솔직해지자면 ‘식탐’이 있다. 아무거나 먹거나 허기를 참지 못하진 않지만 맛있는 음식을 ‘밝힌다’. 당연하게도 대세인 몸짱, S라인 등엔 동참하고 싶지 않다. 그건 연예인들이나 하세요~ 식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살을 빼기 위해 돈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다이어트가 내 인생의 무엇이라도 되는 양.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은데 왜 그 즐거움을 포기하는 거야? 이 땅의 모든 수고는 다 먹자고 하는 일 아니던가. 이렇게 중요한 일에 욕심이 없을 수가 없다. 인간의 몸은 기본적으로 먹을 만큼 먹게끔 되어 있고, 먹을 만한 것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먹고 싶으면 배부르게, 맛있게, 즐겁게 잘 먹으면 된다. 이건 큰 행복이다. 게다가 함께하는 식탁은 소통의 시간이고 공간이다. 이 어찌 즐거운 인생 아닌가.
늘어나는 뱃살? 물론 걱정이다. <씨네21>에 온 지 근 10년. 그사이 몸무게는 두 자리 수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식탐 때문이 아니다. 한달 유급휴가제도인 안식월 때의 일이다. 삼시 거르지도 않고 오히려 더 잘 먹었는데도 살이 빠졌다. 그 기간 일상의 변화라면 마감 스트레스가 없었다는 거? 뱃살의 주범은 역시 스트레스였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다닌다.
단 한번 나의 식탐에 제동이 걸린 적이 있다. 데이비드 핀처의 <쎄븐>을 봤을 때다. 인간의 7대 죄악을 처벌하는 장면 중 ‘식탐’의 형벌은 끔찍했다. 위가 터질 때까지 먹고 또 먹고. 구역질이 났다. 그러나 두려움은 호기심를 이기지 못했다. 며칠 뒤 색다른 음식이 입에 들어오는 순간 그 두려움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의 식탐에도 변화는 생겼다.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빵힘으로 살았다. 그땐 맛있는 빵을 찾아 이 동네 저 동네를 헤맸다. 서른 즈음엔 맛있다는 곳은 두세 시간이 걸려도 곯은 배를 움켜쥐고 참고 달려갔다. 이제는 점점 밥심으로 버틴다. 그래도 아직까지 고집하는 것 중 하나는 최소 3첩 반상. 난 밥보다 반찬을 많이 먹는다. 최소 3첩 반상은 되어야 먹을 맛이 난다. 학창 시절 배웠듯이 김치류의 짠지와 국, 찌개류는 반찬에서 제외다. 맛없는 음식을 먹고 배부를 때는 화가 난다. 이럴 땐 맛있는 디저트로 입가심은 필수고.
버킷 리스트가 있다. 일본의 요네자와 쇠고기(사진)와 쓰루오카 스시, 타이의 맛싸만커리와 뿌팟뽕커리, 튀니지의 생선요리 만찬, 그린란드의 빙하 맥주, 모르비앙만의 자연산 굴, 셰디악의 바닷가재. 이걸 다 먹기 전엔 절대 눈감을 수 없다. 물론 제맛을 즐기기 위해 현지에 가야 하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