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의 ‘K’가 ‘콩’이라는 농담이 있었다. 1회 방영 당시, 협찬사로 참여한 CJ제일제당의 ‘행복한 콩’ 두부 때문이었다. 합숙을 하는 참가자들은 틈만 나면 그 두부를 먹었다. 그런가 하면 <슈퍼스타 K2>의 K는 (스펠링은 다르지만) 굳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없이 ‘콜라’였다. 그런데 <슈퍼스타 K3>에 이르고 보니 K의 정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10월28일 방영된 <슈퍼스타 K3>에서는 톱4에 오른 참가자들이 CJ E&M이 투자한 영화 <완득이>를 보러갔고(극장은 당연히 CGV), 주연배우들과 함께 무대 인사를 했으며 김윤석과는 따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CJ E&M이 만드는 예능프로그램이 같은 회사가 투자한 영화를 대놓고 홍보한다”고 지적했다. 돌이켜보면 <슈퍼스타 K2>에서 허각은 동료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며 뚜레주르에서 케이크를 샀고, CJ ONE카드로 포인트를 적립했다. 그들의 부엌 찬장에는 CJ제일제당이 만든 햇반을 비롯해 각종 통조림이 가득 차 있었다. <슈퍼스타 K>의 ‘슈퍼스타’는 사실상 CJ인 셈이다.
방송에 등장한 행사의 이름은 ‘슈퍼스타 K와 함께하는 <완득이> 특별상영회’였다. <완득이>의 한 관계자는 “<슈퍼스타 K> 제작진이 먼저 참가자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려고 하니, 이런 행사가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톱4도 <완득이>를 보고 싶어 한다고 해서 그들을 좋아하는 일반 팬들까지 초청해 영화를 상영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김윤석씨도 원래 <슈퍼스타 K>의 팬이라 그들과의 대화에 흔쾌히 응한 것이다.” 물론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있는 영화가 <완득이>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차원에서 그런 행사를 만들려고 한다면 굳이 2위나 3위 영화를 선택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박스오피스 1위의 영화가 쇼박스나 롯데의 영화였어도 그랬을까? 이건 삼성계열사의 직원들이 그룹 차원에서 센스 노트북이나 갤럭시S를 지급받는 것과는 다른 성격의 상황이다. 영화 관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슈퍼스타 K>가 영화와 방송 등 미디어 사업에 대한 CJ의 독식의지를 드러낸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CJ E&M 영화사업본부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영화와 방송, 게임 등이 한 회사로 묶여 있다 보니 여러 가지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방송에 등장하는 CJ의 다른 계열사 제품들은 일반적인 PPL처럼 협찬을 통해 들어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CJE&M 방송사업부분에서 일하는 관계자의 말은 또 다른 차이가 있다. “방송을 기획하고 촬영할 때부터 CJ의 상품들을 노출하라는 명령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부 시사를 할 때, 경쟁사의 제품이나 경쟁사가 운영하는 카페가 조금이라도 등장하면 위에서 곧바로 지적이 들어온다. 한 프레임도 노출할 수 없으니, 화면의 반을 가리는 모자이크를 써서라도 지우라는 식이다. 눈치껏 알아서 CJ의 제품을 활용하면 칭찬을 받기도 한다.” 각하가 내곡동에 만들려고 했던 게 MB타운이고, 롯데월드부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이 집결된 잠실이 롯데타운이라면 <슈퍼스타 K> 속의 세계는 그 자체로 CJ타운이다. 그리고 영화계 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즐겨보는 방송프로그램에서까지 CJ인 것과 아닌 것 사이의 벽을 체감해야 하는 게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