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페이지 주세요. 그럼 쓸게.” 또 내뱉고 말았다. 말은 쉽고 수습의 과정은 지난한 것을.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주는 편집장님 덕분에 디자인팀 최초 기사 마감까지 맡게 되었다(두 페이지가 아닌 것을 감사한다).
그때도 그랬다. 육아휴직을 내고 설렁설렁 유모차 밀면서 백화점을 백 바퀴쯤 돌던 시절에 명품 브랜드 키즈매장에 들렀다 가격을 들춰보고 기함을 했다. 두뼘이나 될 만한 아기 원피스가 20만원이 넘었다. “이거 만들기도 쉽겠구먼. 나도 만들겠다,”
15년 전 막내이모의 신혼집 홈패션을 담당하다 이제는 베란다에서 자고 있는 재봉틀을 빌려다가 한 시간 남짓의 재봉틀 사용 설명과 직선박기를 배웠다. 재봉틀의 세계는 놀라웠다. 태교삼아 손바느질로 배냇저고리를 만들었을 때는 며칠이 걸렸는데 재봉틀은 ‘드르르륵’ 불과 몇초면 끝이었다.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모가 연습삼아 만들어보라며 준 원단과 유행이 지나 이제는 입지 않는 블라우스에서 레이스를 떼어다가 만든 아기 원피스는 20만원짜리 명품 원피스 부럽지 않았다. 뿌듯함에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니 지인들의 반응도 뜨겁다. 그때부터 예쁜 아기옷만 보면 뒤집어보면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살펴보고 패턴 좀 떠갔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가슴팍에 회사 로고가 박혀 있어 입지 않는 기념 티셔츠로 아기 내복을 만드니 순면이라 좋고, 친정엄마의 촌스런 꽃무늬 원피스를 가져다가 아기 치마를 만들었더니 알록달록 예쁘기만 했다. 인터넷 원단 쇼핑몰 장바구니에 온갖 원단들을 골라놓고 다음엔 어떤 걸 만들어볼까 궁리해보는 것은 이제 즐거운 상상놀이가 돼버리고 말았다.
옷을 어떻게 만들었냐고 신기해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나만의 방법을 간단히 공개하자면 만들 옷을 간단히 스케치하고 갖고 있는 옷 중에서 비슷한 스타일을 찾아 종이에 패턴을 뜨면서 원하는 디자인으로 변형한다. 패턴대로 원단을 자르고 박음질하면 되는데 완성 전에 모델 피팅을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케이블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서도 꼭 있는 과정이지 않은가? 보통 아기가 자고 있는 밤에 옷을 만들기 때문에 피팅 과정을 가끔 빼먹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진동 둘레가 좁아 옷 입히기가 어려워지거나 치마길이가 너무 짧아지든가 하는 실수를 한다. 중요한 것은 옷을 너무 잘 만들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을 선물하는 기쁨을 알게 될 것이다. 오늘밤에는 어제 재단해 놓은 무릎담요로 아기 수면조끼를 만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