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타 죽는 줄만 알았다. 투표율은 오르지 않고 트위터에서는 어두운 결과 예측이 쏟아졌다. 오후 8시. 초조한 마음으로 TV 앞에 섰던 99%의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됐다. 다음날 노량진 수산시장과 국립 현충원을 방문하고 지하철을 이용해 시청사로 출근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초등학교 무상 급식 지원안을 처리했다.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는 하루였다. 박원순 서울시장님, 만세!
2009년이다. 사진 속 어청수 전 경찰청장이 퇴임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자신의 임기 중에 했던 일을 담은 동영상을 봤다. 그는 아마 2008년 축조된 명박산성을 다시 보며 감정이 격해졌을 거다. 이런 충정을 잊지 않으신 가카는 그를 다시 볼러들였다. 경호처장에 내정한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끝난 다음날 발표됐다. 가카는 이렇게 말했다. “재보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 가카의 이 말은 거짓이 아닌 것 같다. 드디어 자신의 안위가 걱정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촛불을 짓밟은 어청수를 다시 불러들였으니까 말이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즐거워졌다. 이게 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투표 독려 금지 지침 덕분이다. ‘유명인’을 비롯한 비유명인들의 투표인증숏이 범람했고 네티즌은 기지를 발휘했다. 칼링컵에서 첫골을 넣은 아스날의 박주영 선수가 10번이 박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투표율은 48.6%에 그쳤고 유명인 김제동은 48.6%만 탈의했다. 혹시 이 모든 게 선관위가 짜낸 고도의 전략 아니었을까.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고 치자.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