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학생들 말 안 들어서 많이 힘드시죠? =얌마 완득이. 뭐야 왜 갑자기 예의 차리고 난리야. 빨리 앉아.
-저 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완득이가 아니고 인터뷰하러 온 기자입니다. =뭐? 니가 완득이가 아니면 뭐 만득이야? 그것도 아니면 뭐 만날 거짓말만 하는 상득이야?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시끄럽고 빨리 햇반이나 좀 가져와. 선생님 오늘 아침밥도 못 먹었어. 이왕이면 흑미밥으로.
-저 신분증이라도 보여드려야 믿으실 거 같은데 저 완득이 아닙니다. 이 얼굴을 고등학생으로 봐주신 거면 대단히 감사하지만요. =뭐? 정말? 얼굴이 시꺼먼 게 완전히 완득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아니라고? 암튼 뭐 알겠습니다. 에이 배고파. 완득이가 햇반 안 주면 나 하루 종일 굶는데.
-암튼 제 옛날 선생님 생각도 나고, 초면이지만 제가 한참 어린 거 같으니 말씀 놓으셔도 됩니다. 자, 그럼 화제를 바꿔서 제가 뒷조사를 좀 해보니까 나름 ‘엄친아’시던데 이렇게 옥탑방에서 청승맞게 사시는 이유가 뭡니까? =제가 무슨 엄친아입니까. 살던 집이 좋고 차가 좋아도 그게 다 아버지 것이지 그게 저랑 무슨 관계가 있나요. 게다가 아버지는 동남아 불법 체류자들을 마음대로 부려먹는 악덕 기업주라고요. 그 사람 제 아버지 아닙니다. 가끔 사람들 시켜서 돈 갖다줘도 싹 다 돌려줬어요. 사실 얼굴을 봐도 하나도 안 닮았어요.
-아버지와 연을 끊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저는 이렇게 큰 옥탑방은 처음 봅니다. 족히 61평은 돼 보이는데 주인아주머니한테 물어보니 월세가 무려 250만원이라면서요? 선생님 월급으로는 도무지 이렇게 하기가 힘들텐데, 뭔가 냄새가 나는군요. =책은 계속 기증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남아 있는 게 이거고요, 곧 또 기증할 생각입니다. 보관처를 찾다보니 이렇게 된 겁니다. 왜 다들 책꽂이 때문에 생활공간이 없다거나, 없는 제 돈으로 이 책들을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는 생각은 못하시는지 원. 그리고 이미 수만권의 책들 전부 대학도서관에 기증하겠다고 유언장에 썼습니다. 이 책이 오래 살겠습니까, 제가 더 오래 살겠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납득은 안 가는군요. 그래도 자식들이 있는데 당신 아버지처럼 당신도 그러지 않겠어요? =그 역시 이미 유언장에 썼어요. 자식들한테 집 한채 해주지 않겠다,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더라도 기죽지 말라고요. 아직 저는 살아야 할 날이 한참 남았는데 이렇게 계속 유언장을 읊게 만드시다니. 아예 유언장을 홈페이지에 띄워놓으시죠.
-음, 그리고 완득이가 킥복싱한다는 건 왜 말리지 않으셨죠? 얼마나 위험한 운동인지 모르십니까? 게다가 한창 학원도 다니고 열심히 공부해야 할 시기에. =정말 얘기할게 없으니까 별것 가지고 다 트집이시군요. 다른 말 필요 없습니다. 여기 완득이 성적표 보실래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