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나는 나를 본다. 젊은 시절에야 지금과는 달라서 확인을 할 일도 할 필요도 없었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사실 세심하게 살핀다. 그런데 아침마다 보는 얼굴과 이른바 ‘쯩’에 떡하니 붙어 있는 사진은 같은 나임에도 뭔가 다르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의 사진은 보면 볼수록 참으로 낯설고 민망하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날들을 보아왔던 내 얼굴임에도 급하게 촬영한 사진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딱딱하고 부자연스럽다. 처음 주민등록증을 받았을 때 난 어른이 다 된 듯 으쓱거렸을 뿐 사진엔 관심이 없었고 8수 끝에 받은 운전면허증은 운전을 할 수 있다는 벅참에 사진의 좋고 나쁨은 따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얼굴이 붙은 그 ‘쯩’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촬영을 한다면 아무런 신분의 증명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유명한 배우와 감독 등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나아가 그들의 사진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공식적으로 촬영할 수 있고 또한 자유로운 출입이 보장된 이 프레스카드는 영화제에선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출입증이 없는 유명 인사보다 이 카드를 가진 내가 영화제에선 더 막강하다. 그래서 본인 확인으로 출입을 자유롭게 하는 프레스카드는 영화제에선 카메라와 함께 기본적이고 필히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다. 중간에 어딘가에 버리기도 했고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하나 둘 모아둔 프레스카드가 이젠 제법 많아졌다. 거기에 들어 있는 나의 모습도 영화제의 화려함이나 규모와는 상관없이 많이 달라져 있다. 좀더 멋지고 개성 넘치는 사진으로 만들 것을 하면서 후회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이 카드들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잘나서 준 것도 아니고 사진이 월등하게 좋아서 준 것도 아니다. 그들이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서 그렇게 혜택 많은 프레스카드를 주겠는가 말이다. 참여 못하는 독자들을 대신하여 <씨네21>이라는 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라는 명령으로 알고 있다(기왕에 한 것이니 아부 제대로 한번 더 하고 가자). 그것은 잡지를 구독해주고 읽어주고 봐주며 사랑해준 독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제 또 하나의 프레스카드가 추가될 시기가 왔다. 부산영화제와 영화제 데일리를 위해 또다시 출장을 준비한다. 힘이 들고 피곤한 날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무척이나 행복한 날들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프레스카드가 없는 사진기자를 상상할 수 없듯이, <씨네21> 데일리가 없는 부산영화제를 상상할 수 없듯이, 내가 없는 부산영화제를 상상하고 싶지 않다. 프레스카드들을 만지작거리며 새로운 프레스카드를 목에 걸고 카메라와 함께 해운대를 걷고 있을 나를 상상한다. 나는 <씨네21> 사진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