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TView
[유선주의 TVIEW] 노래는 사랑을 싣고…? 엥?

KBS <포세이돈>, 노래의 오묘한 사용이 오해를 부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경찰이 직업인 주인공들이 마음속 번뇌를 다스리기 위해 찾는 곳은 어디일까? 포장마차를 제외하면 답은 역시 경찰 사격장이다. 사격연습을 한다는 핑계로 번뇌를 과녁으로 삼거나 복수심을 불태우는 주인공들. 타앙, 타앙, 타앙- 그리고 플래시백- 다시 타앙, 타앙, 타앙! 수사물이면 백이면 백, 반드시 등장하는 장면이라 회상신에서 약간의 변주를 상상해본다. ‘낮에 동료들과 짜장면을 먹는데 옆자리 김 형사가 단무지를 한번에 두개씩이나 집어갔다. 심지어 면발 밑으로 단무지를 숨기다니….’ 타앙, 타앙, 타앙! 물론 이렇게 좀스러운 이유로 사격장을 찾는 주인공은 없겠지.

해양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KBS <포세이돈> 역시 1회부터 사격장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김선우(시원)의 해경특공대원 시절 동료였던 강은철(유노윤호)은 군산해양경찰서에서 선우와 마주친다. 모종의 사건으로 강등과 좌천되어 껄렁하게 살고 있는 선우를 보고 은철은 이렇게 쏘아붙인다. “그 따위로 살 거면 그 옷마저 벗지 왜 입고 있니? 한심한 자식.” 특공대로 돌아온 은철은 선우가 범죄자에게 밀수물건을 빼돌렸던 것이 밝혀져 현재 수배 상태라는 소식을 듣는다. 번잡한 마음으로 사격장을 찾은 은철은 선우를 만났던 날을 떠올리며 총을 들고 과녁을 겨누는 것이다. 장면상으로는 대단히 평범하다. 심경이 복잡한 이유라면 선우가 그렇게 된 데 자신의 책임이 있었거나 옛 동료간의 우정 때문일 것이다. 한데 이때 배경에 깔리는 애절한 멜로디의 가창곡이 상황을 뒤집는다. ‘사랑했단 말도 보고 싶단 말도 해줄 수 없게 돼서~.’ 음? 강은철, 너 김선우를 사랑했던 거냐!

<포세이돈>이 대담하게 퀴어 멜로드라마의 길을 개척하는가 싶어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가 인물관계도를 살폈다. 하트 표시가 있긴 한데 둘 사이의 것이 아니다. 두 남자의 하트는 여해경 이수윤(이시영)을 향해 있다. 역시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는 통상적인 설정이다. 그럼 그렇지. 저 장면이 설마 동방신기 팬픽용 떡밥인가 싶어도 너무 노골적이라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정도. 이건 마치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삽입곡인 클래지콰이의 <She Is> 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멜로라인을 형성하는 마성의 음악 ‘숨겨왔던 나의 소중한 마음 모두 네게 줄게~’를 배경음악으로 붙이면 충심으로 간언하는 영의정과 왕의 독대장면이라도 도리없이 애틋함이 덮치듯, 강은철의 사격장 장면 역시 클리셰와 클리셰가 결합해 기이한 정서가 환기되는 작은 사고였을 것이다.

<포세이돈>은 1회를 마치자마자 힙합풍의 음악이 몰입을 방해해 시청자의 원성이 높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장르가 힙합인 것보다 극 전체에 도배된 가창곡이 우선 큰 문제다. 멜로디와 가사가 결합한 가창곡이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정서의 남용은 위의 예처럼 장면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더 나쁘게는 대사와 연기를 먹어들어간다. 게다가 1회 시작한 지 3분 만에 가창곡이 깔리고 세곡 정도의 가창곡이 한 시간 동안 일곱번이나 나오는 드라마라면 과연 그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응이 너무 좋지 않았던 탓인지 제작진은 바로 항의를 수용해 2회부터 가창곡 사용 빈도를 확 줄여서 방송을 내보냈다. 2회의 은철은 함정수사를 하려다 도리어 위기에 빠진 선우를 구하려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다. 그리고 총도 대신 맞는다. 설마 여기까지 ‘사랑했단 말도 보고 싶단 말도 해줄 수 없게 돼서~’를 넣으려던 계획은 아니었겠지?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