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크기 132.1 x 97.5 x 80.7mm(W x H x D) 본체 약 543g, 배터리와 Memory Stick PRO Duo 장착시 약 622g 특징 1. DSLR 아니죠. DSLT 맞습니다. 2. 손떨림도 줄어들고, 연사 기능도 대폭 확대됐습니다. 3. 쓸 일은 별로 없겠지만, 무려 2430만 화소를 자랑합니다.
습관이라는 건 무섭다. 식당을 갈 때도, 커피를 한잔 마셔도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들을 찾기 마련이다. 익숙한 것을 찾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정도가 과하면 그건 너무 재미없다. 인생은 짧은데, 경험이란 많을수록 좋을 텐데.
이른바 ‘똑딱이’라 부르던 소형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고 도래한 건 DSLR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었다. 가격도 비싸고, 덩치도 크고, 렌즈도 따로 구입해야 했지만 ‘더 좋은 사진’(사실은 아웃포커싱)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 앞에서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DSLR 시장은 예상대로 전통의 강자인 캐논과 니콘으로 양분됐다. 물론 군소 브랜드들이 간간이 신제품을 발매하기는 했지만 대세에는 지장을 주지 못했다. 그 제품들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선입견이 쉽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이런 독점적 시장에서 3인자 그룹이 할 수 있는 건 ‘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밖에 없었다. 올림푸스의 PEN이 시작이었고, 이번에 또 하나의 제품이 나왔다. 소니의 알파 65는 3인자가 내놓은 회심의 일격이다.
알파 65는 DSLR이 아니라 DSLT를 표방하고 나온 제품이다. 이미 지난해에 출시됐던 알파 33과 55 역시 DSLT를 표방하고 나온 제품이었지만 앞선 제품들이 뭔가 어설펐던 것에 비하면 65는 제대로 나왔다는 느낌이다. 그럼 DSLR과 DSLT는 뭐가 다르길래? 쉽게 얘기하면 거울의 차이다. DSLR은 이미지 센서 앞에 거울이 있는데 셔터를 누르면 이 거울이 들리면서 렌즈로 들어오는 빛을 반사시켜 뷰파인더로 빛을 보낸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찰칵’ 하는 소리가 나는 건 바로 거울이 들리는 소리다. 하지만 DSLT는 반투명거울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굳이 빛을 반사시키지 않아도 뷰파인더로 빛이 들어간다. 거울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셔터를 누를 때 DSLR보다 떨림이 줄어들고 연사 속도와 포커싱이 놀랄 만큼 빨라졌다. 예컨대 알파 65는 1초에 1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이건 타 브랜드의 최고급 기종(예를 들면 캐논 EOS 1D)에서나 가능했던 기능이다. 최대 화소는 무려 2430만(1천만 화소의 등장을 알렸던 것이 불과 몇년 전이었는데 말이다). 다만 반투명거울 때문에 빛이 이미지센서로 100% 가는 게 아니라 DSLR에 비하면 다소 어두운 것도 사실이다.
카메라의 성능보다 더욱 호평을 받았던 소니 특유의 동영상 기능은 알파 65에서도 여전하다. 일반 사용자는 물론이고 아마추어 영화감독 지망생들에게도 적합한 수준이다. 복잡한 기술적 설명은 제외하고 간단히 얘기하면 지난해 초에 출시된 소니의 캠코더 HDR-AX2000이라는 제품이 있다. 이 제품이 표방했던 건 ‘방송용 부럽지 않은 캠코더’였다. 알파 65의 동영상 기능은 동영상만을 위해 만들어진 이 캠코더 이상이다. 한마디로 알파 65로 영화 한편 찍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말. ‘방송용 부럽지 않은 캠코더 부럽지 않은 카메라’의 등장이다.
물론 (지겨운 레퍼토리지만) 보편화된 SD카드 대신 메모리 스틱을 사용하는 방식이나 중고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점은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 하지만 동일 가격대에서 딱히 비교할 만한 제품이 생각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소니가 모처럼 멋진 반격을 개시했다. 기본렌즈를 포함한 가격은 119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