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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아랍을 만나다
장영엽 2011-09-29

<불사조의 심장: 아랍에미리트 연합-샤르자의 문화와 예술전>

마이싸 디마이싼, < Estuary >, 2010, 180×135cm, 스캐노그라피

<불사조의 심장: 아랍에미리트 연합-샤르자의 문화와 예술전>

9월17일~11월20일 / 경기도 미술관 2층 기획전시실 진귀한 보물, 심장박동을 뛰게 하는 화려한 춤, 아름다운 미녀들, 비극적인 사랑…. 이슬람 문화의 아름다움을 처음 일깨워준 건 만화가 신일숙이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나 <에시리자르>를 보며 태양이 작열하고 불사조가 수호한다는 그곳을 동경하고 상상했었다. 그게 벌써 15년 전이다. 바짝바짝 메말라가고 있는 요즘의 감성으로는 중동을 떠올리면 대뜸 테러리스트나 석유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문화계의 트렌드가 영미권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슬람권의 문화계 소식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랍의 고대 유물과 현대미술 작품 150점을 소개하는 <불사조의 심장: 아랍에미리트연합-샤르자의 문화와 예술전> 소식은 더 반갑게 느껴진다.

샤르자는 두바이, 아부다비와 함께 아랍에미리트의 7개 연방국에 속해 있는 나라다.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으리으리한 현대식 건물과 석유 시추로 유명하다면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연방의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다. ‘이슬람 문화 수도’로 불리는 도시답게 이번 전시에서 샤르자쪽이 출품한 작품들은 문화적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먼저 샤르자 토후국 통치자가 직접 제공한 소장품이라는 고지도 55점이 소개된다. 교역과 상업의 중심지였던 페르시아, 아라비아 반도를 표기한 이 지도들은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아랍권의 ‘서예’다. 한·중·일만 문방사우에 친숙한 국가가 아니었다는 점을 이 작품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슬람권에서 서예는 코란을 옮겨 적는 수단이었다고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코란을 적은 작품은 물론이고 서예회화, 도예작품들까지 3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아랍의 서예는 그 자체로 하나의 회화작품처럼 느껴지는 아랍 글씨의 우아한 모양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듯하다.

한편 아랍의 현대미술은 과연 셰헤라자드의 후예답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띈다. 사람을 스캐너에 넣고 투사한 다음, 스캐너로 출력한 사진으로 작업하는 ‘스캐노그래피’의 개척자 마이싸 디마이싼의 작품(<Estuary>)과 사막을 배경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모두 테러리스트’라는 편견에 문제를 제기하는 따리끄 알-구싸인의 사진(<무제3>)을 특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