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 퍼니 스토리> It's Kind of a Funny Story(2010)
감독 라이언 플렉·안나 보덴 상영시간 101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 출시사 유이케이 화질 ★★★★ / 음질 ★★★☆ / 부록 ★★☆
<행오버2>는 못난 남자들의 이야기다. 어른으로 행세하지만 기실 그들은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들이다. 그래서 여전히 놀이에 열중한다. <행오버2>는 따로 노는 그들의 몸과 마음을 노래로 표현했다. 시간이 남아돌아 어쩔 줄 모르는 그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타임 인 어 보틀>을 부르는 장면을 보라. 그러나 영화에서 ‘짐 크로스’보다 더 유용하게 쓰이는 건 ‘빌리 조엘’이다. 말썽꾸러기 앨런의 방에는 조엘의 1980년 앨범 ≪유리집≫의 거대한 커버가 걸려 있다. 커버에서 조엘은 유리집을 향해 돌을 던지는 포즈를 취한다(당시 한국에선 커버가 교체당했다). 그러니까 앨런은 유리집을 파괴하는 꿈을 꾸면서도 정작 유리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인 셈이다. 조엘의 활용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조엘의 낭만적인 노래 대신 사회의식이 반영된 것들, 즉 <다운이스터 알렉사>나 <앨런타운>을 일부러 삽입해 기괴한 유머를 발휘한다. 제정신이 아닌 남자들에게 무슨 의식 타령이란 말인가. 앨런은 그들 중에서도 정신이 나간 인물이며, 앨런을 연기한 잭 갈리피아나키스는 어느덧 안팎의 부조화가 심한 인물을 전담하기에 이르렀다. 이름을 알린 <행오버> 시리즈와 <듀 데이트>에서 그는 도저히 곁에 둘 수 없는 인물을 연기했고 <잇츠 퍼니 스토리>에서도 정신병원에 갇힌 신세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가 새로 맡은 바비라는 역할은 조금 다르다. 바비는 자신의 20년 전 모습을 간직한 소년과 만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바라본다.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나 그 조건에 억지로 맞춰 살아가는 사람은 둘 다 피곤하다. 그들은 미친 게 아니라 힘겨운 걸음 사이로 잠시 쉬고 있었던 거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고등학생 크레이그는 자살하러 다리에 간다. 가족에게 끼칠 악영향을 걱정한 그는 자살 시도를 멈추고 병원에 가 도움을 청한다. 일요일 새벽 5시, 의사는 통사정하는 소년을 보며 정신과 입원을 승인해준다. 문제는 크레이그에게 심각한 주변상황 같은 게 없다는 것. 그저 약을 처방받아 말끔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소년은 막상 병동에 입원하자 겁을 먹는다. 여기서,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무시무시한 정신병동 같은 건 기대하지 않길 바란다. <잇츠 퍼니 스토리>는 뉴욕에 사는 고등학생의 성장영화다. 미국 인디영화의 기대주 안나 보덴과 라이언 플렉은 10대를 주제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 호평을 얻은 <하프 넬슨>이나 <슈가>에는 못 미치지만 <잇츠 퍼니 스토리>는 그들의 세련된 화법과 따뜻한 마음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심각한 사람의 눈에 크레이그는 복에 겨운 철없는 아이로 비칠지 모르며, 영화가 정신병동이란 시스템을 별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는 것도 아니다. <잇츠 퍼니 스토리>는 문제 앞에 선 그들의 모습을 느긋한 시선으로 대하기를 선택했다. 소년이 병동을 나서는 순간에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님을 아는 것처럼 영화 또한 해결하지 못할 문제들을 들춰내지는 않는다. 영화에는 시작점에 선 소년과 달리다 넘어진 30대와 달리기를 포기한 중년이 나온다. 영화는 그들에게 아직 길이 남았다고 말한다. 사는 것에 대해 말하는데 굳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다. 보덴과 플렉의 지지자인 평론가 피터 트래버스는 <잇츠 퍼니 스토리>가 그냥 좋은 영화라고 했다. 상상과 추억의 공간에 애니메이션과 16mm필름의 예쁜 느낌을 입힌 장면에선 사랑스러움이 잘 드러나며, 환자들이 판타스틱한 복장으로 가상의 무대에 올라 <언더 프레셔>를 부르는 광경은 압권이다. DVD는 부록으로 삭제장면(9분), 아웃테이크(12분), 홍보영상(3분), 프리미어 현장(3분)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