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표 있냐?” “벌써 게임 끝났는데….” 여기저기서 웅성이는 무리들이 눈에 띈다. 차선책을 선택하고자 함이다. 2002년 1월1일 새벽 1시55분 시작될 <반지의 제왕>은 이미 1년 전인 12월31일 10시10분에 현매분까지 표가 동이 난 탓에 설마 이 오밤중에 극장을 찾을까 짐짓 여유를 부렸던 이들은 다른 선택을 내놓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끌어댄다.
한편, 상영하는 줄 모르고서 심야극장 나들이에 나섰던 이들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극장의 스탭들을 붙잡고 “표 있냐”고 물어댔고, 이 때문에 매진 상황을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모니터가 오히려 민망함을 느낄만한 풍경이 계속됐다. 2002년 새벽 1시20분. “내일 다시 와야 하나”라는 한숨이 극장 로비에서 군데군데 피어오를 무렵, <반지의 제왕> 전 상영이 있었던 1관은 판타지 여행으로 1년의 경계를 훌쩍 넘은 관객을 또다른 비상구로 연이어 토해낸다. 전날 오전 8시부터 가장 큰 488석 규모의 1관에서 6회 상영을 진행했지만, 전회 좌석점유율이 모두 100%에 근접할 정도로 <반지의 제왕>이 주도한 극장가의 열기는 뜨거웠다.
새로운 강자의 등장으로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해리’와 ‘깍두기’를 등장시킨 영화들의 기세 역시 여전했다. 그 결과 새해를 하루 앞둔 이날, 메가박스를 찾은 이는 대략 2만5100명. 연휴를 앞뒀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날보다 3천명이 늘었고, 평일 스코어(성수기)에 비해서는 1만명가량 늘었다는 게 조재영 매니저의 말이다. 동튼 뒤 이어진 새해 극장 행렬 역시 2만6200명을 동원했다는 소식. 임오년은 극장가에 첫날부터 두둑한 전대을 채워주고 있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 사진 정진환 jhjung@hani.co.kr ▶ 미치겠다! 우린 1월1일 0시부터 달린다
▶ [00:00] <반지의 제왕> 개봉한 메가박스 앞
▶ [03:30] 쿠앤필름의 시나리오 작업실
▶ [09:00] <마리 이야기> 배급 준비하는 배급전문회사 청어람 사무실
▶ [11:00] 음악감독 이동준 작업실
▶ [12:40] <서프라이즈> 크랭크인 고사
▶ [14:00] <예스터데이> 프로덕션 디자이너 김석민 사무실
▶ [15:30] 서울극장 <나쁜 남자> 이벤트 홍보현장
▶ [17:50] KTB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의 하성근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