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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쿠앤필름의 시나리오 작업실
2002-01-11

2002년 1월 1일, 충무로 만화경

그동안 별별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지독한 ‘감금’ 생활을 참아내지 못해 누군가는 탈출을 시도했고,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해 심한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이들의 처소에 멋모르고 찾아들었던 남자들은 심지어 ‘봉변’을 당했다는 등등….

두문불출한 지 300일,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세 마녀를 둘러싼 풍문은 그러했다. 침입을 강행하면 거처를 옮기겠다는 위협이 없지 않았지만, 연금술을 행하느라 기진한 이들이 깊은 새벽의 느닷없는 방문을 막아낼 만한 여력은 없었을 터. 특히 쿠앤필름의 험상궂은 남자스탭들(구본한 대표를 포함, 이들은 모두가 거의 밀다시피 한 ‘빠박이’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에 바리캉을 준비해놓고 조금이라도 웃자라는 머리카락은 가차없이 쳐낼 정도다. 물론 그동안 쿠앤필름이 내놓았거나 현재 갖고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이같은 헤어스타일의 상관관계는 확인된 바 없다)이 휴가를 간 것도 입성을 수월케 했다.

그렇게 들여다본 마법의 성은, 그러나 상상과는 딴판이었다. 2층에 마련된 작업실은 안온했고, 세 마녀들이 모여 앉은 테이블 위에선 ‘또도독’ 거리는 자판소리와 진한 귤 향기만이 얹혀 있었다. 어지럽게 놓여져 있을 법한 폐지 또한 없었다. 대신 신 별로 간단한 내용을 적어, 순서대로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화이트 보드만이 병풍처럼 둘려져 있었다. “마무리 손질중이지요.” 김은숙 마녀, 아니 감독은 인사 대신 5월에 촬영에 들어갈 산악멜로영화 <빙우>(가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내놓는다.

20대의 우성과 30대의 중현이 험준한 고봉을 오르다 조난을 맞게 되는 상황을 씨줄로, 실은 두 사람이 과거에 한 여자를 사랑했던 사이였다는 회상이 날줄로 정교하게 묶였는지 체크하고 있는 중이라고. 문득 스치되 오랜 파문을 남기는, 쿨한 멜로영화였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을 돕는 이는 박미영 작가와 서지영 기획실장. 처음엔 서로 다른 출신성분 때문에 같은 장면을 합의된 전제하에 써도 전혀 다른 장면이 제각기 튀어나왔다는 이들은 지금은 아파도 함께 앓는 정도가 됐다. 소화불량과 위염으로 투병중인 탓에 하루 한끼는 적어도 생식을 취한다는 이들이 위에 좋다며 건네준 홍삼캔디의 단맛 때문이었을까. 임오년 새벽의 공복은 더디게 찾아왔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 사진 정진환 jhjung@hani.co.kr ▶ 미치겠다! 우린 1월1일 0시부터 달린다

▶ [00:00] <반지의 제왕> 개봉한 메가박스 앞

▶ [03:30] 쿠앤필름의 시나리오 작업실

▶ [09:00] <마리 이야기> 배급 준비하는 배급전문회사 청어람 사무실

▶ [11:00] 음악감독 이동준 작업실

▶ [12:40] <서프라이즈> 크랭크인 고사

▶ [14:00] <예스터데이> 프로덕션 디자이너 김석민 사무실

▶ [15:30] 서울극장 <나쁜 남자> 이벤트 홍보현장

▶ [17:50] KTB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의 하성근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