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 스머프. 내가 당신 때문에 얼마나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살고 있는지 알아요? =아니, 저희는 스머프 마을에서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자님의 시간과 돈을 우리가 빼앗았다고요?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것 좀 보세요. 이게 바로 스티브 잡스가 내놓은 아이패드라는 물건입니다. 제가 이걸 구입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그건 오로지 <씨네21> 아이패드 버전 디지털 매거진을 보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요즘 제가 이걸로 뭘 제일 많이 하는지 아십니까. <스머프 빌리지>라고요. =스머프 마을에는 아이패드라는 게 없어서 말이에요. 대체 그 ‘스머프 마을’이라는 게 뭡니까.
-게임이에요 게임. 마을을 관리하면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그러면서 점점 레벨을 올려가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문제는 이게 너무 중독성이 강하다는 거예요. 이젠 집에 놔두고 온 아이패드 속 스머프 마을에 심어놓은 농작물이 썩어문드러질까봐 다리를 덜덜 떨고 이를 오독오독 깨물게 될 정도고요, 심지어 알람도 더이상 사용하질 않아요. =기자님께 알람은 중요하지 않나요?
-네. 그렇죠. 요즘은 알람 대신 수확에 8시간이 걸리는 토마토 아이템을 심고 잠이 듭니다. 토마토를 재배하라는 경고를 알람 대신 사용할 정도로 이 게임에 중독됐다는 이야깁니다. =그건 저희 잘못이 아닙니다. 저작권을 가져가서 게임으로 만든 게임 회사 잘못이지요.
-전 그저 <스머프 빌리지>로 제 마감일을 매번 늦추고 제 생활을 파랗게 색칠해버린 당신들이 모종의 책임감만이라도 좀 느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간단한 사과라도 받고자…. =제가 왜 사과를 합니까? 저희는 나누며 살아가는 마을의 모습을 전세계 수백만명에게 보여주며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할 따름인데요.
-그럼 재배한 농작물로 만든 음식을 모든 애들에게 차별없이 무상급식하나요?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이 발언이 지면에 나가면 좀 곤란하겠는데요. 여성부에 걸리면 곧바로 검열당한 뒤 19금 게임 됩니다. 빨갱이 사상을 아이들에게 전파한다는 이유로 말이죠. 게다가 스머프 마을, 이거 완전히 공산주의 이상향이잖아요. 토지는 공동체 소유고, 사유재산도 없고, 교회도 없고. 파파 스머프 당신은 마르크스처럼 수염도 기른데다가 빨간색 옷을 입었잖아요. 빨간색, 빨갱이 맞네 빨갱이. 곧 스머프 마을에 용역 밀어닥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