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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청춘로맨스와 K-POP이 만났을 때
심은하 2011-09-01

뮤지컬 <늑대의 유혹>

일정: 10월30일까지 장소: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 문의: 02-738-8289

올해 뮤지컬계의 트렌드라면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이른바 ‘무비컬’이다. 여름부터 시작된 열기다. <코요테 어글리>부터 <내 마음의 풍금> <톡식 히어로> <늑대의 유혹> 그리고 11월 무대에 오를 <미녀는 괴로워>까지. 이중에서 늑대들의 섹시한 유혹이 여심을 살랑살랑 흔든다. 2003년 귀여니 소설로 등장해 2004년 배우 강동원이 우산을 들어올리며 미소 짓는 명장면을 연출한 영화로 제작된 작품 <늑대의 유혹>. 원작 이후 8년 만에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늑대의 유혹>은 K-POP의 기발한 편곡과 연출이 기대 이상이었다. 뮤지컬 무대로 자리를 옮긴 늑대들은 비주얼 퍼포먼스의 절정을 선보였다. 오프닝, 동방신기의 노래 <오정반합>에 맞춘 남자배우들의 각 잡힌 군무는 그야말로 짐승돌의 무대와 다름없다. 초반부 다소 산만한 이야기에 눈요기로 그칠 것인가, 하는 순간 한방이 날아온다. 정태성이 어떤 위인인지 남녀 학생들이 합창하는 넘버인 <쟤 그런 사람이야>.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를 개사한 가사의 재기발랄함에 빵 터졌다. 남학생들이 부르는 “Shake it, Shake it yo∼”가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쒜끼~”처럼 들린다. 조직폭력배와 큰 싸움이 벌어지려는 순간, 조직폭력배의 손에 무기 대신 막대사탕이 쥐어지고 노래는 <내 귀에 캔디>. 뮤지컬 넘버로 새롭게 태어난 12곡의 K-POP과 함께 <늑대의 유혹>은 깨알 같은 웃음으로 객석을 무장해제한다. 여기에 거부하기엔 너무나 눈부신 늑대들의 몸놀림이 더해지니,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원작 소설과 영화와는 다른 설정과 결말도 색다른 변화다. 원작에서는 여주인공 한경과 다름이 자매로 나오지만 뮤지컬에서는 친구로 설정됐다. 또한 5년의 시간이 지난 뒤 교생이 된 다름이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학창 시절을 이야기해주는 액자식 구성으로 수정됐다. 결말 역시 관객의 선입견을 깨며 정태성의 죽음으로 마무리 짓지 않는다. 마치 이 늑대들을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처럼. 뮤지컬 <늑대의 유혹>이 작품성 뛰어난 뮤지컬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나 <늑대의 유혹>의 재기발랄함과 귓가를 간지럽히는 K-POP의 유혹은 다가오는 가을바람처럼 거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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