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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환상의 피조물이로다
씨네21 취재팀 2011-08-23

새로운 오리지널의 탄생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팀 버튼이 리메이크한 바 있는 30여년 전 시리즈의 프리퀄이다. 지겹게 쏟아져나오는 할리우드 리부트 열풍에 힘입어 제작된 블록버스터다. 주인공은 원숭이다. 이런 영화가 괜찮게 뽑혀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이 말도 안되는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해냈다. 루퍼트 와이어트가 연출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독창적인 새 시리즈의 시작이며, 진화한 테크놀로지와 고전적인 이야기의 아름다운 결합이며, 2011년 여름 당신이 볼 수 있는 최상급의 블록버스터 중 하나다.

먼저 리부트(Reboot) 이야기 좀 하자. 원래 리부트는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시작할 때나 사용하는 단어였다. 요즘 리부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는 단어가 됐다. 할리우드에서 말하는 리부트란 이미 존재하는 프랜차이즈를 다시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리메이크가 줄거리와 캐릭터는 그대로 둔 채 제작진만 바꿔서 다시 만드는 거라면, 리부트는 이미 존재하는 영화의 기본적인 개념과 캐릭터만 되살려서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걸 의미한다. 그냥 속편을 만들면 될 일이지 왜 리부트를 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돈이 되니까.

리부트 열풍을 촉발시킨 건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와 J. J.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다. 두 영화는 성공적인 역사에도 불구하고 빛을 잃어가던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완벽하게 21세기에 복귀시켰다. 다른 제작사들이 ‘우리도 리부트할 시리즈를 발굴해야 해!’라며 눈이 벌게져서 아카이브를 뒤지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십세기 폭스가 리부트할 프랜차이즈는 뭐가 있었을까. <에이리언>은 이미 프레데터와 맞붙이고 접붙이는 싸구려 시리즈까지 다 해먹었다. <나 홀로 집에>는 어떠냐고? 설마. 결국 폭스가 선택한 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혹성탈출>이다. <엑스맨>을 프리퀄로 리부트한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결정이다만 <혹성탈출>은 다르다. 이미 팀 버튼이 한번 리메이크한 바 있는 원숭이 시리즈를 지금 와서 다시 만들 필요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 한 가지 있긴하다. 디지털 특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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