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김병욱 시트콤의 어떤 면을 즐겼나. =<순풍산부인과>부터 빠짐없이 챙겨본 팬이다. 예컨대 변기가 막힌 이야기라고 해도, 그것을 통해 인간의 콤플렉스와 분노, 관계에 대한 불안을 가장 섬세하게 다루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왔다. 그 점이 우디 앨런과 비슷하게 느끼지만 개인적으로는 김병욱 감독님이 앨런보다 더 좋다.
-출연 제안을 받고 든 생각과 시간이 흐르면서 드는 걱정이 있을 텐데. =‘롱 카메오’ 정도로 여기면 된다고 하셨다. 출연분은 많지 않은데 시작과 끝을 열고 닫을 때가 있고 전지적 시점으로 사태를 바라보기도 한다. 근데 첫회 연기가 난해하더라. (웃음) 다만 팬으로서 뜬금없는 캐스팅이 되면 어쩌나 염려했지만 안심시켜주셨다. 음악 맡기는 김에 내레이션도 시켜볼까, 내레이션만 하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나 궁금해질 테니 출연도 시키자. 그 정도 맥락으로 이해한다.
-음악감독으로서 맡은 바는. =타이틀곡과 엔딩곡, 몇 가지 테마를 작곡한다. 타이틀곡은 로킹한 곡과 <토이 스토리>처럼 블루스풍의 피아노곡을 구상 중인데 해봐야 알겠다. 엔딩은 내가 부르는 버전과 여자 가수가 부르는 버전이 있을 것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삼부자송>처럼 중간에 재밌는 노래가 필요해지면 그것도 만들 거다.
-김병욱 감독은 당신을 생각하는 순간 자연히 항문외과의사를, 연달아 내레이터까지 떠올렸다는데, 이 점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예를 들어 날 ‘음악 하는 고시생’으로 쓴다면 재미없지만,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무엇을 보시는 것 같다. 감독님을 완전히 믿는다. 감독님이 “이적은 이런 인간이다” 하면 그게 맞는 거다.(웃음)
-이미 소설가이고, 올 들어 <무한도전>에 참여한데 이어 <하이킥3>까지 출연한다. 다른 장르 활동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나. =<무한도전>도 <하이킥3>도 음악에서 출발한 일이라 큰 이질감은 없다. 결정적으로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두 프로그램에 같은 해에 참여하게 되다니, “드림스 컴 트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