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0일, 11일, 12일, 14일 오후 8시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1577-5266
무려 4일간 베토벤의 교향곡 9곡 전곡을 듣는다. 그것도 명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함께. 이 정도라면 공연 부제에 언급된 ‘기적’이 허풍만은 아니겠다.
우선 베토벤의 교향곡. 흔하게, 많이, 그리고 짤막하게나마 익숙하게 들어왔던 음악 아닌가. 영화를 통해서도 줄기차게 들어왔다. <다이 하드> 1편, 테러범이 금고 문을 따는 순간 울리는 음악이 바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 되겠다. 이 밖에 <시계태엽 오렌지> <죽은 시인의 사회>에도 <합창>이, <빅 피쉬>에서는 교향곡 6번 <전원>이, 청춘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는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이 디스코풍으로 편곡되어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이렇게 친숙한 베토벤의 음악을 좀더 깊이있게 들려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아는 것도 공연의 재미를 더하는 방법. ‘평화의 지휘자’로 불리는 유대계 다니엘 바렌보임. 그가 팔레스타인 학자 고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만든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웨스트이스턴 디반은 99년 중동국가 출신의 연주자들로 구성, 괴테의 <서동시집>에서 이름을 따왔다.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묵은 증오를 음악으로 허물고 싶어 하는 움직임이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다큐멘터리영화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를 기억하는가. “이 거리에선 15살이 되면 총을 듭니다. 그러고는 마약을 하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석달이 지나면 그를 볼 수가 없습니다.” 70년대 수많은 아이들이 16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갔던 범죄의 땅, 베네수엘라. 그곳에 음악이 작은 희망을 쏘아올린다.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기적을 가져오는 씨앗이 되었다. 이렇듯 음악은 때론 사회 변화를 추구한다. 이 점에서 다니엘 바렌보임과 웨스트이스턴 디반 그리고 엘 시스테마는 닮았다. 그렇다고 ‘평화’라는 수식에 너무 심각해지지는 말자. 베토벤의 음악이 우리 곁에 시나브로 스며든 것처럼 바렌보임과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가 꿈꾸는 세상도 그러할지니.
나흘에 걸친 공연은 교향곡 번호 순서대로 진행하지 않는다. 가장 인기있는 5번, 6번, 9번이 각각 다른 날 연주되며 그외 교향곡들을 짝지어 하루에 2~3곡씩 연주한다. 연주회의 대미는 9번 교향곡이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