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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되게 하라!
이화정 사진 오계옥 2011-08-09

<퀵> 제작부- 주승환 제작실장, 한동환 제작부장, 최준호 제작부장

왼쪽부터 한동환 제작부장, 최준호 제작부장, 주승환 제작실장

“이걸 어떻게 찍나?” 대규모 액션 시퀀스만 따져 봐도 무려 7번. 영화 전체로 볼 때 70% 이상이 질주와 폭발로 구성된 겁없는 영화가 <>이었다. 그것도 강남교보빌딩 앞, 명동역 한복판, 강변북로, 한남대교, 성수대교 같은 서울의 주요 도로를 카메라가 점거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촬영이었다. 한술 더 떠 오토바이 질주가 모티브인 영화. 잠깐을 달리더라도 도로는 모두 완벽히 통제돼야 했다. 다른 팀이 평생 찍을 차량 질주신을 어쩌면 이 영화 한편으로 넘어설 수도 있는 기록적 상황이었다. 시나리오가 난감 그 자체였다. 그래서였다. <>의 제작부 주승환 제작실장, 한동환 제작부장, 최준호 제작부장이 고민 끝에 선뜻 이 무모한 도전에 뛰어든 것도. ‘한국형 스피드 블록버스터를 찍어보자!’가 유일한 모토였다. 오토바이, 차량 질주, 폭파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보고 또 봤다. “바이크신이라면 <미션 임파서블>의 바이크신도 봤다. 우리 영화는 레퍼런스 무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영화를 참고하되 한국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주승환 제작실장의 말이다. 1천편이 넘는 작품을 참고하는 동안 어느새 사무실 벽에 이런 문구가 붙었다. ‘이걸 어떻게 찍었을까, 정말 위험했겠다.’ 감탄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스릴 넘치는 상황을 우리 기술로 만들어 관객에게 전달해보자는 스탭들간의 결심이었다.

300km로 질주하는 기수(이민기)의 오토바이가 인파로 가득한 명동 한복판을 질주하는 믿기 힘든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은 단순했다. 명동이 필요하다면 실제 명동에서 하자로 합의를 봤다. 어차피 어딜 가도 어려운 촬영이라면 장소에 맞춰 신의 크기를 줄이느니 정면승부를 택했다. 회현사거리에서 좌회전한 오토바이가 명동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담아내는 건 말 그대로 ‘감행’이었다. 미리 허가받은 단 6번의 신호 안에 장면을 완수해야 하는 상황. 임기응변, 리허설 같은 단어는 실전에 없었다. 촬영 전날 상황을 100% 반영한 타임테이블을 만들었고, 모든 스탭이 정해진 룰에 따라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오픈세트에서 촬영한 폭파장면을 CG 합성한 뒤 <>의 대규모 명동 도심 액션장면은 완성됐다. 이렇다 할 도심 난장 액션장면이 전무한 한국영화계에서 <>은 결과적으로 스릴 넘치고 통쾌한 장면을 선사해냈다. <>의 나머지 액션신 촬영도 명동 도심 장면과 다르지 않았다. 최준호 제작부장은 “가평이든 명동이든 불가능할 것 같은 공간을 촬영할 수 있는 여건으로 만들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고 전한다. 관공서의 촬영허가 받는 건 시작에 불과했다. 불편을 겪는 주민들을 회유하고, 촬영 반경을 확보하는 과정의 끝없는 반복의 결과였다. 촬영에 가면 폭파될 차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했고, 촬영장면의 90%에 앰뷸런스가 대기하는 위험천만한 촬영에 만전을 기해야 했다. 매 장면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그들의 힘든 일정을 버티게 하는 자양강장제였다.

주승환 제작실장은 <>의 장면 구현을 두고 ‘한 단계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보여준 것’이라고 명명한다. 8월 중순 <>의 크랭크인 전 프리 프로덕션에 쓸 수 있는 시간은 3개월가량이 전부였다. 구현장면의 양으로 따지자면 100억원의 제작비도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시간과 자본이 뒷받침되었다면 좀더 수월했을 거다. 우린 최소의 비용으로 원하는 효과를 불러와야 했다.” 한동환 제작부장의 토로는 이들 모두가 입모아 말하는 제작과정의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은 그들에게 지금껏 겪은 적 없는 가장 특별한 현장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포스트 프로덕션의 역할이 커진 블록버스터영화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지금, <>은 박스 3천~4천장 쌓아놓고 실제 점프를 하는 장면을 연출한, 좀더 고전적 방식의 블록버스터다.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그 모든 순간에, 이들 제작부의 노고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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