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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이보다 더 멋지랴
장영엽 2011-08-04

<Black & White전>

톰 웨슬만, <마티스의 그림이 있는 모니카 누드>, 1995, 에칭(동판화), Tom Wesselman, < Monica nude with Matisse >, 1995, Etching, 96.5x152.5cm

< Black & White전 >

8월14일까지/오페라갤러리/02-3446-0070"나는 확신한다. 회화의 궁극적인 기술은 검은색과 흰색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왜냐하면 사물을 안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빛과 그림자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는 이렇게 말했다. 15세기 이탈리아 회화와 조각의 이론 체계를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자가 이런 말을 했으니, 회화 분야에서 검은색과 흰색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말할 필요가 없겠다. 흑백에 대한 언급은 현대미술계에서도 계속된다. 20세기 최고의 산업디자이너로 평가받는 뱅 앤드 올룹슨의 디자이너 데이비드 루이스의 말을 들어보자. “만약 당신이 예술 작품에 어떤 색깔을 사용하려 한다면 그저 검은색과 흰색만 사용해보라. 그건 당신의 작품을 다른 차원으로 인도할 것이다. 당신은 색과 형태의 모든 변형을 최고 수준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에 따르면 검은색과 흰색은 가장 정숙하고 단조로운 색깔이나 쓰는 이의 필요에 따라 무한하게 가능성의 영역을 펼쳐 보이는 팔색조 색깔이다.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회화, 조각, 설치, 사진작가들의 흑백 작품 40여점을 소개하는 < Black & White전 >은, 마치 데이비드 루이스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 기획된 듯한 전시다. 갤러리를 가득 메운 단색조의 작품들은 눈이 시리도록 화려한 색깔들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강렬하고 자극적인 작품들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보는 입장에서 흥미로울 작품은 페르난도 보테로의 드로잉과 톰 웨슬만의 동판화다. 강렬한 색채를 즐겨 사용하던 이들이기 때문일 거다. 작가를 대변하던 원색이 부재하는 이들의 작품에서는 보테로와 웨슬만 회화의 기본 구조를 짐작할 수 있다. 모빌의 창시자로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의 회화, 옷걸이를 꼬아 가시관 쓴 예수를 암시하는 형상을 만든 데이비드 마크의 작품과 모델 케이트 모스의 얼굴을 화폭에 담아낸 앙드레 모네의 작품 등이 더불어 소개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샤갈의 <연인들> 스케치,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 믿음>, 구사마 야요이의 <커피 컵>과 줄리언 오피의 <샤노자 3패널>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유명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