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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솔져, 세계를 구하라
안현진(LA 통신원) 2011-08-04

슈퍼히어로들의 대장 ‘캡틴 아메리카’의 활약극 <퍼스트 어벤져>

‘마블 유니버스’는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의 공존을 전제로 하는 세계관이다. 이를테면 헐크, 아이언맨, 토르 등이 함께 모여 악당을 물리치는 것이 가능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이러한 마블 유니버스의 영화적 재현을 위해 개발한 개념으로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인크레더블 헐크>의 마지막 장면에 출연하고, <토르: 천둥의 신>에서 호크아이(제레미 레너)가 토르에게 석궁을 겨누는 등 지금까지 모두 4편의 영화를 통해 이야기와 캐스팅을 공유해왔다. 목적은 하나다. <어벤저스>라는 슈퍼히어로 연합군에 대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치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7월28일 개봉하는 <퍼스트 어벤져>는 2012년 5월 개봉하는 <어벤저스>를 위한 오랜 준비의 마침표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재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슈퍼히어로 연합군의 리더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시대착오적인 작명센스를 비난하기 전에 원작 코믹스의 기원을 알아두자.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 코믹스에서 1941년, 미국이 참전하기 약 9개월 전에 발행을 시작한 <캡틴 아메리카>는 유대인 이민 2세대 작가인 조 사이먼과 잭 커비가 탄생시켰고, 캡틴 아메리카가 히틀러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유명한 일러스트를 표지로 실었던 첫호는 1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시대는 영웅을 원했고, 대중은 영웅에 열광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41년, 2차대전 참전을 위한 징집이 한창이던 때다. 브루클린 출신의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수차례 징집에 응하지만 왜소하고 허약한 신체조건 때문에 번번이 탈락한다. 그러던 중 스티브의 정의로운 마음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눈여겨본 과학자 어스킨(스탠리 투치)은 국가와 군수업체의 협력으로 실험 중인 슈퍼솔저 탄생 프로그램에 그를 참여시킨다. 스티브는 어스킨이 발명한 슈퍼솔저세럼을 투약한 뒤 최상급의 신체조건과 능력치를 가진 올림피안으로 재탄생하지만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국을 순회하며 참전을 옹호하고 징병을 장려하는 국가의 선전도구 ‘캡틴 아메리카’로 전락한다. 성조기를 떼어 감싼 듯 우스꽝스러운 무대의상을 입은 그의 뒤로 무용수들이 애국을 찬양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동안 무대 뒤에서 악당이 나타나면 캡틴 아메리카가 물리치는 소극에 관객은 환호한다. 이름없는 병사가 되려던 소망과 다르게 유명한 광대가 되어버린 스티브는 어느 날, 연합군을 구출하는 미션에 허락도 없이 나서 성공한다. 그 뒤 스티브는 전장에서 뛰고 구르는 미국의 영웅으로 거듭난다. 이제 그의 길을 막는 자는, ‘하이드라 오가니제이션’의 레드 스컬(휴고 위빙)뿐이다.

“<퍼스트 어벤져>가 제시하는 2차대전은 1941년의 역사가 아닌, 마블 유니버스라는 프리즘으로 투과해낸 각색된 역사다.”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제작자 케빈 페이지는 이 한마디로 영화에 대한 많은 오해를 정리했다. 어떤 식으로 설명을 꺼내도, <퍼스트 어벤져>는 미국적 애국주의를 선전하는 영화로 보이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서 만들어졌다. 똑같이 붉고 푸른 코스튬을 입어도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이 가지지 못한 분명한 상징을 온몸으로 체화한다. 하지만 부정할 것도 확신할 것도 없다. 이 영화는 그저 시대가 원하는 영웅은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리고 그 영웅은 어떻게 시대를 거슬러 불멸하는지에 대해 블록버스터의 본분을 잊지 않고 풀어낸 영화다. 마블 스튜디오의 팬이라면 <퍼스트 어벤져>에서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던 슈퍼히어로영화들의 레퍼런스를 찾아내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슈퍼솔저 프로그램에 참여한 군수업체 사장으로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도미닉 쿠퍼)가 출연하고, 마지막 장면에는 닉 퓨리(새뮤얼 L. 잭슨)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다. 평범한 남자의 영웅담, 기억에 남아버린 사랑 등 최근 슈퍼히어로영화들에서 보았던 공식들이 답습되지만 고즈넉한 1940년대의 배경과 고전적인 캐릭터들 덕분에 오히려 <퍼스트 어벤져>가 그 모든 공식의 원조 격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7월18일, 영화의 개봉을 앞둔 감독 조 존스턴과 주연배우 크리스 에반스를 만나 나눈 인터뷰의 일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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