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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get] 닛산이 목숨거는 이유가 있네

국내 정식 발매된 3세대 큐브의 매력

크기: 3980x1695x1690mm(전장x전폭x전고) 연비: 14.6km/L / 배기량: 1798cc / 가격: 2190만원부터 특징: 1.수입차를 국산차 가격에! 2.여자들이 껌뻑 넘어갈 만한 앙증맞은 외모. 3.넓을 뿐 아니라 높기까지.

‘효리차’라고 불리던 이 박스카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몇년 전부터였다.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아 병행 수입업체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었고, 현지에 비하면 값도 터무니없이 비쌌으며, 제대로 된 AS도 기대할 수 없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성능이나 가격 때문이 아니다. 큐브라고 이름 붙여진 직사각형 모양의 차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콤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 차를 타고 있는 짧은 순간만이라도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판타지를 주는 것, 그게 큐브의 매력이었다(지금 나온 큐브는 3세대 모델이고, 이효리가 타던 큐브는 2세대 모델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닛산은 큐브만 빼고(!) 전 차종을 내놨다. 아마도 채산성과 수익률의 문제였겠지만 한국에서 얼마나 성공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드디어 지금, 큐브가 정식으로 발매된다.

심지어 가격은 2190만원. 국산차 가격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수준이다. 사실 연초에 큐브의 발매 루머가 나돌 때조차 2500만원 정도만 유지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가 돌았는데 말이다. 어쨌든 닛산이 이렇게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한 건 쉽게 말해 ‘목숨 걸었다’는 말이다. 이 차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로 해석해도 되겠다. 그럼 이 비밀 병기는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자, 일단 외관. 지난 2008년, 일본에서 3세대 큐브가 처음 나왔을 때 전문가들은 디자인에 후한 점수를 주지는 않았다. 2세대 큐브가 직선이 주는 간결함으로 가득했다면 전체적으로 둥글어진 3세대 큐브는 너무 어려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그건 남성적 혹은 전문가적 시각일 뿐 직선의 건조함 대신 곡선의 위트를 살린 디자인은 유쾌함으로 가득하다. 여성이나 국산차들의 뻔한 디자인에 질린 초식남들에게는 충분히 호소할 만한 디자인이고, 누구라도 한번쯤 뒤돌아볼 만한 모습이다. 그리고 오래 볼수록 매력적이다. 하지만 큐브의 진정한 매력은 외관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 넓은 건 둘째치고 큐브는 아주 매력적인 높이를 가졌다. 한때 잘나간다는 패션 스타일리스트들 사이에 큐브 바람이 분 적 있었다. 그건 큐브가 워낙 유니크한 외모를 가진 까닭도 있지만 높이 때문에 옷을 바닥에 닿지 않고 구김없이 걸 수 있어서였다. 이번에도 그 우월한 높이는 여전하다. 롱코트 애호가들이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큐브에는 여성 운전자들을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커다란 백미러는 주행안전성을 그만큼 높여주고(작은 백미러가 얼마나 속 터지는 일인지는 다들 알고 있을 거다), 차고가 높아 시야 확보도 용이하다. 차의 후면이 직선이라 후방 주차가 용이한 것도 주차공포증이 있는 여성들에게는 훌륭한 점.

조수석 앞에는 꽤 넓은 평면 여유 공간이 있어 실내를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싶은 이들에게는 일종의 전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운전석 왼쪽 팔걸이는 차가운 플라스틱이 아니라 부드러운 패브릭으로 덮여 있는데 이 작은 차이가 운전을 굉장히 즐겁게 만들어준다. 실내등을 켜면 또 다른 큐브가 나타난다. 천장이 밋밋하지 않고 물결무늬로 돼 있어 조명을 받으면 실내에 은은한 분위기가 더해진다. 실내 공간도 충분히 넓어서 장정 5명은 불편없이 탈 수 있는 수준.

가장 중요한 주행은? 한국 운전자들의 기호에 맞추기라도 한 듯 가볍게, 쉽게 뻗어나간다. 도심에서 타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힘이 조금 약한 것 같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지만 시속 200km/h로 질주할 생각이 아니라면 충분하다. 심지어 연비도 14.9km/L로 아주 준수한 수준. 큐브와 직접적으로 경쟁할 기아의 소울과 비교하자면 글쎄, 개인적으로는 큐브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더 예쁘고, 더 유용하니까(물론 더 비싼 것도 사실이지만).

자, 큐브는 일반 직장인도 현실적으로 고민할 만한 수입차다. 물론 비슷한 사양의 국산차를 타면 AS도 비교적 수월하겠고, 국가경제에도 다소 도움이 될 거다. 하지만 큐브는 이 모든 걸 무시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씨네21>을 직접 사보는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