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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히로시 스기모토 개인전: Sound of Silence>
장영엽 2011-07-28

히로시 스기모토, < Chapel of Notre Dame de Haut >,1998, Gelatin silver print, 58.4×47cm

<히로시 스기모토 개인전: Sound of Silence>

8월21일까지/ 마이클 슐츠 갤러리/ 02-546-7955 장노출 사진을 볼 때마다 참 신비롭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서둘러 지나가려던 시간이 카메라 셔터에 발목을 잡힌 느낌이랄까. 한편으로 장노출로 변화하는 장소나 사람을 담을 땐 애잔한 느낌도 든다. 어느 쪽이든 장노출 작업엔 시간에 대한 사유가 담겨져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사진의 조리개를 오래 열어놓고 작업하는 사진가들을 시간에 대한 사색가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사진가 히로시 스기모토가 개인전을 연다. 그 역시 장노출을 이용해 시간의 흐름을 탐구하는 작가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히로시가 작업해온 17점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진은 모두 흑백으로, 더없이 고요하게 평행을 이루고 있는 발틱해의 바다와 하늘을 통해 태초의 흔적을 되짚어보는 <바다풍경> 시리즈, 미국 자연사박물관 디오라마관의 박제 동물들을 구도와 조명을 활용해 살아 있는 동물보다 더 리얼하게 담아낸 <디오라마> 시리즈, 미래의 유토피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개념적 형상> 시리즈 등이 소개된다. 그중에서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건축> 시리즈다. 히로시 스기모토는 20세기 후반의 현대적인 건축물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건축> 시리즈에서 히로시는 르코르뷔제가 만든 롱샹성당이나 로마박물관 같은 20세기의 인상적인 건축물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촬영한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건축의 물질성과 시대에 따라 건물이 다르게 평가받는 세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에서는 구도가 인상적이다. 측면에서 바라본 롱샹성당이나 로마박물관의 직선감은 히로시가 사진계의 뛰어난 설계자임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