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트렁크는 빈틈이 없다. 나의 동반자인 촬영장비 말고 또 다른 친구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겉은 가죽으로 둘러져 있고 무게는 600~650g, 둘레 75~78cm로 바스켓이 있으면 최고의 짝꿍이 되는 농구공, 그리고 발목과 무릎을 보호해주는 농구화. 차도 작은데 참 많이 담아가지고 다닌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농구공과 농구화) 나의 학창 시절 유일한 낙이었다. 공부하고는 그렇고 그런 사이인지라.
지금은 농구가 인기 종목은 아니지만 학창 시절 농구는 그야말로 서태지에 버금가는 인기 스포츠였다. 드라마(<마지막 승부>)와 연·고전 그리고 프로농구 개막, 마지막으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미국의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까지, 아! 막 그립다. 그때의 농구 그리고 분위기…. 그렇게 좋아하게 된 농구는 완전 마약이었다. 아마 사진만큼 끊기 힘들어서 지금까지 이렇게 쭉 해오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오래된 친구 같은 요놈의 매력 몇 가지. 움직이는 거 싫어하는 사람들은 안 봐도 좋다. 우선 전신을 쓰는 운동, 팔다리 모두 사용해야 게임을 할 수 있다. 이곳 저곳을 나눠서 하지 않아도 전신을 단련할 수 있다. 또한 점프를 많이 하는 운동이라 성장판 요런 거 건드려준다. 당연히 키가 크는 효과를 볼 수 있다(가끔 필자 같은 예외도 있다. 5cm지만 더 컸어도). 다음, 여럿이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하나든 둘이든 인원에 구애받지 않는다. 공만 있으면 OK다. 1on1부터 올 코트까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점. 코트에 있는 그 누구와도 말을 섞기 쉽고 친해질 수 있다. 한 게임, 한 게임 몸으로 부딪치면서 말하기 때문이다. 격해지기도 하고 부상도 많이 당하지만 두어번 몸을 부딪치면 이미 친구가 되어 있다. 격없는 친구 말이다. 예를 들어 우리 팀 같은 경우는 스코어 담당은 회계사인 친구가 한다. 아주 정확한 친구다. 음~ 재미없네! 농담이라고 했는데….
어쨌든 그렇게 같은 코트를 오랫동안 다니니 자연스레 친구들이 많아졌다. 40대 중반의 큰형님부터 공부 무지 안 하는 고딩까지, 생각해보면 절대 사회에서 만날 수 없는 친구들이다. 땀냄새 팍팍 풍기면서 만나는 이 녀석들도 나와 똑같은 인간들이다. 전화 한통이면 코트로 모이는 농구 중독자들.
이번주도 비가 그쳐야 코트에 친구들과 트렁크에 모셔둔 그놈들(농구공, 농구화)을 한번에 만나는데…. 그만 와라 비야 pl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