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ld aus Wald >(forest from forest), Japanese paper, pulp, plants, mist, 2010, Installation: Mori museum, Japan
<다카시 구리바야시 개인전: INBETWEEN>
8월5일부터 10월16일까지 / 비욘드 뮤지엄 / 02-577-6688 미국인에게 9·11이 그렇듯, 일본인에게는 3·11 대지진이 변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 듯하다. 일본의 설치미술작가 다카시 구리바야시가 말한다. 내 작품 인생에는 “3·11 이전과 이후의 작품이 존재할 것”이라고. 3·11 이전, 그의 작품에서는 바다표범, 펭귄처럼 육지와 바다 양쪽을 오가는 생물들이 자주 등장했다. 3·11 이후에도 다카시의 경계에 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지만, 하나가 변했다. 그는 이제 환경을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면, 작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듯 보인다. <INBETWEEN전>은 다카시 구리바야시의 국내 최초 개인전으로,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최근작들을 위주로 소개한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전시장 한층을 모두 점령한 <Wald aus Wald>라는 설치물이다. ‘숲속의 숲’이라는 뜻의 이 작품은, 일본 야마가타에 서식하는 낙엽송의 형태를 본뜨고 닥나무와 삼지닥나무 등 천연소재로 만든 종이와 펄프를 사용해 전시관에 실제로 거대한 숲을 만든 것. 하늘을 바라보면 인간이 아니라 벌레의 관점에서 보여진 숲이 펼쳐진다. 도심과 자연, 사람과 생물의 경계를 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담아낸 수작이다. ‘다르게 보기’는 수족관을 테마로 계속된다. <아쿠아리움>이라는 작품은 수조 속 물고기의 시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수초 너머로 보이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치 수조 속에 갇혀 있는 듯 보이는 인간의 얼굴이 재미있다. 전시장 외부 공간에서는 내한한 다카시 구리바야시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YATAI TRIP>은 일본식 포장마차(YATAI)를 끌고 전시가 열리는 비욘드 뮤지엄의 밖에서 장소와 공간의 변화를 살펴보는 퍼포먼스다(그는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에서도 이 퍼포먼스를 했다). 메시지만큼이나 아이디어가 눈길을 끄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