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커플> 7월30일까지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 02-368-1515 <옥탑방 고양이> 오픈런/ 대학로 SM틴틴홀, 신도림 프라임아트홀 / 02-764-8760, 02-2111-1146 <내 이름은 김삼순> 8월31일까지/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 02-764-8760
사랑, 참 어렵다. 예쁜 언니, 잘생긴 오빠에게도 이 명제는 술술 풀리는 일차방정식은 아닌가보다. 텔레비전을 켜면 늘 나오는 그 남자 그 여자들의 로맨스에 우리가 홀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한때 우리를 울고 웃게 한 텔레비전 속 언니들이 돌아왔다. 나상실, 남정은, 김삼순. 그녀들이 이번엔 무대 위에 섰다.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먼저 드라마 때 모습 그대로냐고?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 그렇다면 에피소드는? 여기엔 답이 갈린다. <환상의 커플>과 <내 이름은 김삼순>은 드라마 에피소드를 대부분 살렸다. 큰 변화는 <옥탑방 고양이>. 옥탑방에서 청춘남녀가 동거한다는 설정만 같다. 연극은 코믹적인 요소가 많이 첨가됐다. 극은 88만원 세대, 버려진 애완동물, 해고 위기의 중년, 전세대란 등 현실적인 문제도 가득 품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살짝’이다. 관객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사랑이란 무엇인가, 가족은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의식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연극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재치 넘치는 웃음 코드.
이 웃음을 살려주는 ‘감초’가 있다. 바로 옥탑방에 사는 도둑고양이 한쌍. 꼬리를 달고 나온 두 배우가 ‘멀티’로 장면과 장면 사이를 이어주거나 끊어주는 긴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주인공이 말하지 못하는 정서를 대신 표현하기도 하고, 남녀 주인공의 조금 전 상황을 패러디하기도 하면서 웃음을 선사한다. 두 고양이의 활약은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 외국으로 여행간 옥탑방 집주인으로, 열쇠 수리공으로, 피자 배달부로, 정은의 엄마아빠로 변신 또 변신한다. 심지어 그 등장이 꽤 갑작스럽고 적절하다. 이때 터지는 웃음은 폭발적이다. 덕분에 이 극에서는 두 가지 보는 재미가 생긴다. 두 청춘의 알콩달콩 이야기와 두 고양이의 지지고 볶는 인생 이야기.
무대디자인도 눈에 띈다. 옥상 한쪽 평상에서만 진행되던 무대는 남녀주인공이 동거에 합의하자 좌우로 벽이 펼쳐지면서 온갖 살림살이가 들어선 실내를 드러낸다. 절로 박수가 나올 만한 변신이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드라마를 무대화할 때 무엇에 주력해야 하는지를 얄밉도록 잘 보여준다. 뮤지컬로도 만나고 싶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