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가 고용한 아르바이트는 기존에 일하던 이들처럼 영화감독 지망생이 아니다. 평범하고 건장한 20대의 남자로, 일반인 정도의 영화상식을 갖고 있을 정도이며 이른바 예술영화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업무에 지장이 있지는 않다. 그만큼 비디오대여점에서 일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성향과 다른 이를 고용해서 발생할 수 있는 우려와 달리, 최근 고객들로부터 이외의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아르바이트는 좀 다르네요” 또는 “이번 아르바이트 잘 뽑으셨던데요” 등의 호의적인 반응들 말이다. 그런 반응들에 의아해하며 그렇게 언급하는 고객들을 분석해 보건대, 그들 대개가 에로 비디오 마니아란 공통점을 발견했다.
원래 에로 비디오를 빌려가는 고객들에겐 비디오대여점의 ‘불문율의 법칙’이란 게 있다. 첫째, 절대로 고객과 눈을 마주치지 말 것, 둘째, 묻지 않고 검은 비닐 봉투에 담아줄 것, 셋째, 해당 영화에 대해 언급하거나 가능한 한 다른 말도 시키지 말 것 등등. 그러나 우리 새로운 아르바이트는 ‘에로 킹’ 고객들에게 해당 영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본 소감을 피력하며, ‘강력추천’ 혹은 ‘절대 불가’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감히 내가 하지 못하는 영역을 그가 하고 있었다. 내가 있는 시간엔 에로 비디오들이 잘 나가질 않을 정도인데 말이다.
그가 그렇게 전문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업무 뒤에 빌려가는 영화들이 거의 에로 비디오이고, 새로 출시되는 모든 에로 비디오는 자발적으로 그가 먼저 시사한다는 사실이다. 그 새로운 아르바이트는 사실, 얼마 전 군에서 제대한 나의 남동생이다. 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