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하냐? 약속 있다고? 술 한잔 하려고 했지!” 괜스레 여기저기 전화 걸어보고 없는 약속도 만들 판이다. 귀찮은 마음에 나 자신과 한없이 타협하려고 하지만 끝내 발걸음은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발길이 닿는 곳은 웨이트 훈련장. 흔히들 하는 표현이 헬스장, 조금 더 고급스럽게 포장한다면 fitness, gym이라 표현하는 그곳이다.
왜 사진 찍는 사람이 웨이트를 하냐고 반문을 많이 하지만, 그건 큰일날 소리이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처럼 절대 화려하지 않은 것이 포토그래퍼니깐 말이다. 잘 알고 지내는 포토들과 주고받는 농담 중에 우리는 포토가 아니라 포터(자동차 1.5t 트럭)라는 표현이 있다. 그만큼 고되고 힘이 필요한 일이라는 말이다. 사진 장비 하나가 웬만한 아령에 버금갈 정도로 무게있고, 장시간 고된 자세로 촬영에 임하다 보면 여기저기 뼈마디와 관절에서 신호를 보내온다. 치열한 현장이나 기자회견장에선 이종격투기 못지않게 몸싸움이 일어나는 곳이니깐 말이다. 체력과 힘은 좋은 포토그래퍼의 첫 번째 조건이다(필자 기준).
내가 운동을 한 지도 15년 정도 되는 것 같다. 물론 그 사이사이 쉬기도 하고 게으름도 피우고 했지만 그래도 살아온 세월 동안 1년 이상 운동을 쉰 적 없으니 15년이라 표현을 하고 싶다. 처음 운동을 시작한 게 16살 되던 해로 그 이유가 형한테 맞기 싫어서가 첫 번째요, 여린 성격을 고쳐보는 게 두 번째요, 강한 남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세 번째며, 남보다 조금 더 특색있는 사람이 되어보고자 하는 게 네 번째요, 이성에게 인기 많아 보고 싶은 게 다섯 번째다. 다섯 가지 이유 중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인생을 살면서 내 복근을 봤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몸을 만들고 나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여느 남자들과 다를 바 없이 사우나 갈 때나 상의를 탈의할 때다. 뭐 꼭 이런 이유로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니까, 자랑하고 싶고 누군가가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이 있지 않겠는가. 어떤 때는 내가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음식이나 술 마시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먹어도 되냐고, 걱정을 해준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들 때문에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어찌보면 또 다른 스트레스지만 또 한편으로는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귀차니즘에 빠져 매일 나 자신과 타협하고 있지만 그래도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다가 또 필 꽂혀 변신모드 들어갈지 모르니깐.
“오늘도 운동 가야겠지…. 가기 싫은데….” 투덜대며 어느덧 발걸음은 헬스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