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 Untitled >, 1970년대, oil on Cotton, 62 x 50cm
<靑-Beyond the Blue> / 7월8일~8월7일 / 갤러리현대 신관 / 02-2287-3500 장마 덕분에 아직까지 더위 걱정은 면하고 있지만, 곧 선풍기와 생수병을 끼고 살아야 할 날씨가 찾아오리란 걸 안다. <靑-Beyond the Blue>는 ‘청’(靑)색을 지니고 있는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체감온도 대신 시각온도라도 낮춰보라고 제안하는 전시다. 한국 미술의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는 고 남관 작가부터 72년생 팝아트 작가 권성식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스무명의 작가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청색을 희롱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대부 박서보 화백의 <묘법>의 청색은 단아하다. 한지와 혼합재료를 사용한 뒤 연필로 반복해서 선을 긋는, 박서보 화백의 주특기 ‘묘법’으로 완성된 그림이다.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환기 화백의 <Untitled>는 질감과 색깔의 배치가 마치 푸른 악어의 등가죽을 보는 것처럼 신비롭다. 달밤에 핀 꽃을 표현한 듯한 유영국 작가의 <Work>와 김종학 작가의 <달밤의 들꽃>은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한국의 1세대 추상화가였던 유영국 화백의 <Work>는 선과 면과 색채의 만남을 중시했던 작품관을 반영하듯 정갈한 색감, 단정한 구성이 돋보인다. 반면 ‘설악산 화가’라 불리며 꽃을 즐겨 그렸던 김종학 화백의 <달밤의 들꽃>은 마치 한국의 들판에 남국의 꽃을 심어놓은 듯한 인상이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자연을 주제와 소재로 삼는 1부와 생성과 발원의 의미로서의 푸르름을 작품에 반영한 2부로 나뉜다. 분류해 전시했다. 미술관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전통과 자연’ 파트에는 선배 작가들이, ‘생성과 발원’ 파트에는 비교적 후배 작가들이 많다. 한국의 미술가들이 청색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해왔는지, 그 흐름 또한 눈에 밟히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