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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의 삼각관계
2001-03-09

<어느 프랑스 대위의 여인>(French Lieutenant’s Woman)

1981년, 감독 카렐 라이츠 출연 메릴 스트립 제레미 아이언스 장르 드라마 (폭스)

영화와 문학 그리고 현실이 맺는 기묘한 삼각형. 카렐 라이츠 감독의 81년 작품 <어느 프랑스 대위의 여인>은 그러한 삼각 구도가 맺는 절묘한 경계와 균열들을 아주 절묘하게 봉합하고 가로지르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독특하고도 복잡한 구조를 자랑하는 존 파울스의 소설. 프레드 진네만 같은 여러 감독들이 영화화하려다가 그 복잡한 구조 때문에 끝내 포기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렐 라이츠는 문학과 영화의 매체적 차이를 절묘하게 접합시키는 연출력을 발휘하면서 이 영화를 절제되고도 섬세한 드라마로 완성하였다.

이 작품은 ‘영화 속 영화’라는 액자식 구조를 안고 진행된다. 영화 속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영국 해안마을. 부유한 여인과 결혼을 앞둔 찰스는 어느 날, 바닷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신비한 여인 사라에게 매료되고 만다. 프랑스로 떠난 옛 애인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는 사라는 주변사람들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지만, 서서히 찰스에게 마음을 열어보인다. 이러한 찰스와 사라를 연기하는 두명의 배우, 마이크(제레미 아이언스)와 안나(메릴 스트립)에겐 각자 가정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찍고 있는 영화에서처럼 금지된 사랑에 빠져들어 끊임없는 감정의 갈등을 겪어야 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두개의 이야기 층위가 완전히 구분되는 듯 진행되면서도 밀접하게 상호작용력을 발한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연인의 복잡 미묘한 감정선들은 극중 영화뿐만 아니라 그것을 연기하는 것으로 설정된 두 배우의 관계로까지 확장되곤 한다. 서로 비슷하게 마주보고 닮아 있는 영화 속 영화와 현실의 이야기는 절묘한 교차편집과 1인2역을 하는 두 배우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인해 그 경계가 무너지곤 한다. 그러면서 감독은 이 작품을 문학과 영화, 영화와 현실의 관계성을 드러내는 영화로 시각화했다. 감독 카렐 라이츠는 1950년대 토니 리처드슨, 존 슐레진저 등과 함께 노동계급에 기반한 정치의식을 카메라로 포착하고자 했던 영국 ‘프리시네마’ 운동의 기수. 평론과 다큐멘터리로 영화를 시작한 그는 60년대부터 극영화로 옮아갔으며 이 작품, <어느 프랑스 대위의 여인>은 81년 미국으로 건너가 연출한 것이다. 과거 50∼60년대 영국의 사회비판적 영화운동의 계보를 형성해냈던 정치의식이 많이 퇴색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드라마를 섬세하게 풀어놓는 연출력은 탁월한 편이다. 81년 아카데미에 여우주연, 각본, 편집 등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작품.

정지연/ 영화평론가 woodyall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