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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비열한 거리에서 살아가려면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미키 할러는 나쁜 변호사다. 그에게 법은 정의 구현의 수단이 아니라 죄 지은 쪽과 처벌하려는 쪽이 공평하게 이용해먹는 시스템일 뿐이다. 하지만 유죄와 무죄로 가를 수 없는 ‘진실’은 분명히 존재한다. 미키는 그게 가장 무섭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미키는 편법과 뒷거래를 남발하는 ‘뭣 같은’ 변호사지만 적어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치운 악당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악당들의 형량을 줄이고 대가를 받을 뿐이다. 이건 미키의 룰이다.

오프닝곡 <Ain’t No Love in the Heart of the City>는 바비 ‘블루’ 블랜드의 74년 히트곡이다. 막 상경한 촌뜨기의 삶을 부숴버린 대도시의 비정함은 미키의 세계를 압축한다. 밤은 외롭고 세계는 사악하다. 심지어 미키는 악마 같은 의뢰인에게 걸려들었다. 저주받은 변호사는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써먹으며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애쓴다. 그래서 그는 변했을까? 닫는 곡은 말레나 쇼의 69년 곡 <California Soul>의 리믹스다. 우아한 원곡 위로 야 보이의 “california hustler”라는 가사가 덧붙여진다. 미키는 여전히 뭣 같은 변호사고 그의 룰도 그대로다. 다만 의리를 지키며 더 조심할 뿐이다. 마음에 드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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