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기형 개인전: 사색(寫索)하다>
6월28일까지 / 공간 루 정동 갤러리 / 02-765-1883 사진기자처럼 삶의 결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이는 없을 거다. <한겨레>의 선임기자 탁기형은 20여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그런 일을 해왔다. 대통령의 전용기에서 한국의 강산을 바라봤고, 민주화 현장에서 사람들과 살을 맞댔으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경험했다. 얼마나 분절 단위로 삶을 쪼개 살아왔을까 싶지만, 그의 개인전 <사색하다>에서 일간지 사진기자로 살아온 이의 조바심을 찾기란 힘들다. 탁기형이 담아낸 하늘과 자연, 거리는 한폭의 수묵화처럼 서정적이고 포근하다.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사진 속에서 잠시나마 번잡한 도회의 일상을 접고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전시회.” 이 개인전의 기획 의도처럼 <사색하다>는 치열하게 삶을 겪어본 이들만이 표현해낼 수 있을 부러운 고요다.
김기수, < Moon >, 2011, Mixed media on stainless mirror & steel, 99 x 99 cm
<김기수 개인전: Encounter of Ideal and Real>
7월2일까지 / 리안갤러리 대구, 서울 / 053-424-2203 섬세함과 호방함. 김기수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밀려온다. 사진을 보는 것처럼 정교하게 묘사된 매듭과 굵은 붓으로 한획을 그은 것마냥 거칠게 매듭 옆을 지나가는 부식(된 거울)의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스테인리스 거울을 캔버스로 삼는 김기수 작가는 거울 속에 비치는 현실과 작가의 상상을 버무려 전혀 새로운 종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 세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로 충돌하는 요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신기하게도 김기수 작가의 스테인리스 거울 안에서 매듭 그림과 녹슨 표면은 꽤 잘 어울리는 한쌍처럼 보인다. 마치 달과 달 뒷면의 분화구 같은 조화랄까. 진짜 현실과 작가가 만들어낸 유사 현실, 리얼리티와 추상 등 어울리기 힘든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가의 멋진 마블링 솜씨를 목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