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사라기 미키짱: 우리만 사랑해> 8월7일까지/ 컬쳐스페이스 엔유/ 02-501-7888 영화 <키사라기 미키짱>이 처음 국내 무대에 올랐다. 태생이 연극이었으니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연극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돌 ‘키사라기 미키짱’의 1주기 되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다섯명의 오타쿠 아저씨들이 미키짱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다. 닉네임-이에모토, 닉네임-키무라 타쿠요, 닉네임-스네이크, 닉네임-야스오, 닉네임-딸기소녀가 그들. 자신이 미키짱의 최고팬이라며 각자의 사랑을 인증하던 중 한명이 미키짱의 죽음이 자살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부터 극은 미키짱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밝히는 수사 모드로 돌입한다. 용의자는 그곳에 모인 바로 다섯명의 팬들. 그들은 아마추어 탐정이 되어 한명씩 신문하기 시작한다. 단서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다 같이 “네가 범인이지”라고 몰아갔다가 확실한 알리바이가 성립되면 “어? 아니네?”라는 식이다.
이 지점에서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의 매력이 보인다. 검정색 양복으로 격식은 차렸지만 어딘지 호들갑스럽고 어딘지 어설픈 오타쿠 아저씨들의 행동과 추리는 그야말로 웃음바다다. 미키짱 죽음의 비밀이 한겹씩 벗겨지는 과정에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반전 퍼레이드는 특히 백미. 한마디로 이 연극의 관람 포인트는 미스터리와 코미디에 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팬덤으로서의 추억, 팬덤에 대한 소중함을 반추하는 교훈적인 메시지는 휘발됐다.
다만 결말을 위한 복선과 암시가 깔리는 전반부가 다소 지루하고, 계속되는 반전 속에 발생하는 묘한 긴장감이 숨가쁜 템포에 증폭되지 못하고 사그라지는 게 아쉽다. 120분이 넘는 긴 연극 끝에 이어지는 커튼콜이 늘어진 몸을 충전시킨다. ‘미키짱 응원댄스 쏭’으로 끝까지 관객의 흥을 책임지는 다섯 남자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