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서둘러 다녀왔다. 8일간 일본의 도시 4곳을 그야말로 싸돌아다녔다. 기차를 타고 벤토를 먹고, 수산시장에 들러 해물덮밥을 먹고, 마이코(게이샤가 되기 전 수습과정에 있는 예비 게이샤를 말한다) 공연에, 민속 축제인 마쓰리도 보고 온천마을도 갔다. 모두 첫 경험이었다.
그중에서도 일본 전통 여관인 료칸은 신천지였다. 산지의 제철 재료로 만든 가이세키요리는 들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형형색색에 눈이 먼저 호사다. 이어진 입속 즐거움은 그야말로 천국.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지는 상차림은 내가 100년 손님이 된 기분이다. 이뿐이랴. 신발은 벗어놓기가 무섭게 가지런히 정리된다. 더 감동은 저녁밥을 먹고 침실로 돌아오니 어느새 펴놓은 이부자리. 서비스는 쥐도 새도 모르게 이뤄진다. 손님이 말하기 전 미리 챙겨주는 센스. 료칸 어디를 가든지 서비스를 받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탕. 북적대는 우리나라 노천탕과는 사뭇 다르다. 조용히 자연을 호흡하며 즐기는 여유. 특히 방에 딸린 개인탕은 상위1%가 된 기분. 창문을 활짝 열면 야외노천이 된다. 이른 아침 나무로 된 1인용 탕에서의 짧은 온천은 하루의 원기를 불어 넣어주는 듯하다.
그 덕에 터득했다. 여행의 새로운 기술을. 앞으로 나는 가방 하나만 가볍게 챙겨 여행을 떠날 거다. 옷 필요없다. 료칸에선 유카타만 입으면 되니까. 화장품 바리바리 챙길 필요없다. 료칸에 웬만한 기초화장품은 준비되어 있으니까. 필요한 게 있다면 저녁 식사 이후 긴긴 밤을 잠시 달래줄 책 한권 정도?
다녀온 뒤 터진 나의 료칸 예찬에 한 후배는 말했다. 선배 료칸 다닐 나이지. 그래 나 관절 걱정에 할매들 틈에 아쿠아로빅 다녔던, 수영장 할매들 말마따나 4학년 맞다. 하나 료칸에 대해 무덤덤하게 말한다면 그건 당신이 료칸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주 특별한 서비스는 받아본 자만 알 수 있으니까.
후훗. 그래서 난 결심했다. 앞으로 료칸만 다니기로. 료칸의 진수는 겨울이라는 지인의 말에 난 벌써 내년 1월을 기다리는 중이다. 행선지도 정했다. 자오온천 료칸. 나무에 쌓인 눈덩이가 괴물 같다고 붙여진 ‘스노 몬스터’. 그 수빙 사이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맛이 황홀한 곳이란다. 난 눈이 펑펑 휘날리는 그곳에서 노천탕을 즐기련다. 같이 가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