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는 우리에겐 낯선 슈퍼히어로다. 하지만 태평양 건너 동네에서는 ‘배트맨’이나 ‘슈퍼맨’ 못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반세기 동안 누려왔고, 몇번에 걸쳐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퍼스트 어벤져>를 보기 전에 미리 공부를 해두는 편이 좋다.
*1941년 2차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조 사이먼과 잭 커비가 캡틴 아메리카를 처음으로 코믹스계에 데뷔시켰다. 이 애국주의적 히어로가 히틀러에게 주먹을 날리는 창간호 표지는 최근 공개된 <퍼스트 어벤져>의 한정판 레트로 포스터에서 오마주됐다.
*1944년 리퍼블릭 픽처스가 <캡틴 아메리카> 15부작 시리얼 무비(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단편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던 당대 오락영화의 일종)를 내놓았다. 캡틴 아메리카의 주요 무기인 방패는 사라지고 주인공도 원작과 달라서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1973년 터키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주인공으로 한 괴작 <3 Dev Adam>이 만들어졌다. 터키 배우가 연기하는 캡틴 아메리카가 당대의 인기 멕시코 레슬러였던 산토와 함께 초록색 스파이더맨과 싸우는 이 영화는 이후 쓰레기 컬트의 지위에 오른다.
*1979년 <CBS>가 제작한 TV용영화 <캡틴 아메리카>와 속편 <캡틴 아메리카2: Death Too Soon>이 제작됐다. 시대를 아예 1970년대로 바꾸고 스토리도 완전히 새롭게 개작한 이 허술한 시리즈의 유일한 장점은 70년대 내음을 물씬 풍기는 캠피의 미학이다.
*1990년 첫 번째 <캡틴 아메리카> 극장판이 제작되었으나 비디오로 직행했다. 저렴한 제작비 때문에 화면을 눈뜨고 볼 수 없는 이 영화는 지난 2008년 <씨네21>의 슈퍼히어로영화 특집기사에서 50편의 영화 중 49위를 차지했다. 50위는 할리 베리의 <캣우먼>으로 우열을 가리기 참 힘들었을 듯.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슈퍼솔저를 창조한 2차대전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하는 대사가 나왔다. 마블 팬들은 DVD에 수록된 삭제분량에서 북극 빙하 아래 묻혀 있는 캡틴 아메리카의 형상을 발견했다.
*2010년 <아이언맨2>에서 쉴드의 필 콜슨 요원이 토니 스타크에게 미완성의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보여주며 “이게 뭔지 아느냐”고 묻는 장면이 등장. 물론 이는 이후 제작될 극장판 <어벤저스>를 위한 포석 중 하나다.